알코올성 정신장애 환자 60대 남자가 가장 많아 “전문치료 필요한 질병” 인식을
젊은 시절 음주가 잦았던 이모씨(68)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회식자리에 빠지지 않았다. 정년퇴직 후 아침에 눈을 뜨면 정작 할 일이 없어 아침ㆍ점심ㆍ저녁 술을 마셨다.
음주시간이 길어지고 음주량도 늘어남에 따라 가족들과 부딪히는 시간도 많아졌다. 가족들은 하루 종일 술 마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잔소리와 비난을 하게 되고 논의 끝에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봉사활동과 여가활동, 새로운 직업을 찾거나 시간 관리 등 삶의 활력소를 얻을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문제가 없다고 말할 뿐이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고집이 세지고 감정기복이 심해져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없어졌다.
사소한 일에 화를 내고 분노감정을 조절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술 문제를 본인이 아닌 가족들의 탓으로 돌리고 결국 반복적인 악순환으로 치료가 필요한 상태까지 만성화돼 가족들이 알코올중독 전문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이씨 처럼 60대 남성 노년층의 알코올 중독 진료 건수가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알코올성 정신장애’로 인한 건강보험 지급자료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알코올 정신장애’ 진료인원은 60대 남성 환자가 537명으로 가장 많았다. 젊은 층에 비해 노인층에서 알코올 질환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음을 보여준다.
■ 알코올성 치매
평소 술을 많이 마시게 되면 대뇌에 이상이 생겨 평상시도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떨어진다. 초기에는 건망증이 생기지만 심해지면 방금 자신이 한 말도 기억하지 못하는 치매 현상이 일어난다. 이같은 현상은 장기적으로 술을 많이 마신 노년층에서 주로 발생한다.
뇌 세포가 손상되면서 뇌 위축을 가져와 뇌가 쪼그라들 듯 작아지며 뇌 중앙에 있는 뇌실이 넓어지면서 전반적인 뇌 기능이 저하돼 알코올성 치매로 발전한다. 언어장애나 기억력 감퇴로부터 시작되는 노인성 치매와는 달리 알코올성 치매는 뇌에서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기관인 전두엽이 가장 먼저 손상이 되기 때문에 충동조절 장애 및 폭력적 성향을 보인다.
■ 노인음주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
노년기는 노화로 인해 체내 수분이 감소해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져 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어르신들은 젊은 사람들에 비해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져 젊은 사람과 같은 양 음주를 했을 경우 더 빨리 술에 취하고 더 늦게 술이 해독된다.
또한, 지속적으로 음주하면 뇌 세포와 간 기능 손상이 증가하고 고혈압ㆍ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알코올 흡수는 영양학적으로 신체적 영양 불균형을 나타내고 기력도 쇠약해져 몸도 마른 체형으로 바뀌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습관적인 음주가 만성으로 진행되면서 뇌에서 통제가 어려운 중독으로 발전한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석산 원장은 “알코올중독 치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의지로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닌 뇌 기능 중 조절능력의 상실로 전문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임을 환자와 가족이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환자와 가족을 위해 하루라도 빨리 술 없는 안전한 치료환경으로 들어와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왕=임진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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