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에서 유독 맛있는 식당이 많은 곳으로 예산(禮山)을 꼽는다. 예산읍내에 있는 S식당은 박정희 전대통령이 이쪽 지방을 지날 때는 꼭 들르는 단골집으로 유명하다.
주메뉴는 ‘숯불 갈비’. 식탁에서 굽는 것이 아니라 아예 주방에서 참나무 숯불에 갈비를 지글지글 구워 가져오는데 뼈가 없고 갈비살만 있다. 그 갈비 굽는 냄새가 골목까지 퍼져 한층 식욕을 돋운다. 박 전대통령은 이 갈비에 막걸리를 곁들였다.
예산에는 S식당 말고도 수덕사가 있는 덕산에도 유명한 갈비집이 있고 삽교(삽다리)에는 돼지 곱창구이가 아주 유명하다. 가야산 더덕구이도 일품이다. 요즘 요리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백종원씨의 고향이 바로 이곳이라고 하면 독자들은 ‘아, 그럴만한 곳에서 태어났군’이라고 할 것이다.
백종원씨의 아버지는 충남 교육감을 지내는 등 명문 교육자의 집안이다. 최근까지도 그의 선친이 세운 고등학교 이사장으로 활동하다 아들 백종원씨에게 몇 년 전 자리를 물려주었다. 그러니까 백종원씨는 요리전문가이며 방송인이기도 하고, 교육자이기도 한 셈이다. 물론 사업가는 기본으로 치고 말이다.
과연 그의 인기는 지금 대한민국 모든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치솟고 있다. tvN의 ‘집밥 백선생’을 비롯하여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올리브TV ‘한식대첩 3’ 등 어떤 날은 TV 채널을 돌리는 곳마다 그가 출연하고 있어 과연 ‘백종원 바람’을 실감할 수 있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만 해도 ‘H포차’, ‘Y우동’ 등 27개나 되며 국내외 매장이 7백 곳을 넘어 연간 매출 1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으니 사업가로서도 크게 성공한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몇일 전 그의 브랜드가 붙은 식당에 들렀더니 손님이 넘쳐 한동안 줄을 서 기다려야 했다.
이런 ‘백종원 신드롬’의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백씨 자신이 요리를 누구나 올라타고 즐길 수 있는 ‘세발 자전거’에 비유할 만큼 쉽고 편한 레시피 때문이다.
예를 들면 ‘통조림 고등어 김치찜’, ‘잔치국수’, ‘깻잎으로 만드는 모히또’…. 싱글족이나 피곤한 워킹맘, 그 누구든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입맛을 돋우게 하는 것들이다. 그렇다. 요즘 세월호, 메르스, 불경기에 정치판 싸움까지… 피곤한 도시인의 삶을 잠시 잊게 해주는 것이 ‘백종원 바람’의 원천이다.
이 때문일까. 일각에서 그를 정치권에 끌어들이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물론 그는 단호히 부인했다. 최근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좀 잘 나가면 정치판으로 끌어들이려는 우리의 고질병이 또 도지는구나 하는 서글픈 생각이 든다. 요즘 TV 드라마에 ‘할배’가 된 원로급 탤런트 중엔 한 때 국회의원 배지를 단 사람들도 있지만 오히려 추하게 이름을 남긴 사람도 더러 있다.
국민들의 인기에 편승, 정치권에서 유혹을 하는가 하면 때로는 반 협박조로 동원된 사람도 있고, 뽀빠이 이상용처럼 5공화국 시절 정치권의 부름(?)을 거절했다가 가혹한 수사를 받아 엄청난 상처를 입은 사람도 있다.
잘 나가는 대학교수, 인기있는 연예인, 방송인이면 정치권에서 탐을 낼 만도 하지만 그것이 꼭 정치권의 물갈이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백종원씨는 고향에 있는 여고를 조리고로 만들어 한식 인력을 양성하고 한식의 세계화를 이루려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것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정치싸움에 휘말리는 것 보다 훨씬 가치가 있을 것이다.
변평섭 前 세종시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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