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윤(29)이 SK 와이번스에서 야구 인생의 제2막을 연다. SK는 지난 24일 LG 트윈스와의 3대3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외야수 임훈과 투수 진해수, 여건욱을 보내고 정의윤, 투수 신재웅, 신동훈을 받았다. 6명이 유니폼을 바꿔입는 대형 트레이드였지만 핵심은 정의윤이었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5년 신인지명회의에서 LG의 2차 1라운드(전체 3순위) 지명을 받은 정의윤은 프로 데뷔 당시 ‘차세대 4번 타자’라는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좋은 체격 조건과 타고난 힘을 갖췄다는 평가가 따랐다. 실제로 부산고 시절 만루 상황에서도 상대 투수들은 정의윤을 고의 사구로 골라내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만년 유망주에 머물렀다. LG에서 보낸 9시즌 동안 통산 타율 0.261, 홈런 31개, 장타율 0.362, 출루율 0.316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올해 퓨처스리그에서도 타율 0.291, 홈런 1개, 7타점이 전부였다.
정의윤이 이같이 성장을 못 한 이유를 놓고 잠실구장의 규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좌ㆍ우 100m, 중앙 125m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잠실구장은 장거리 타자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웬만한 타구는 외야수 글러브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00년 이후 LG 소속으로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선수도 찰스 스미스(2000년 35개), 페타지니(2009년 26홈런), 조인성(2010년 28개)로 세 명에 불과하다. 지난 2012년부터 3년 연속 홈런왕에 오른 넥센 박병호도 LG 유니폼을 입었던 2009년과 2010년 각각 9, 7개 홈런을 때리는 데 그쳤다. 마찬가지로 ‘뜬공 타자’인 정의윤으로서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SK의 홈구장인 SK행복드림구장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잠실보다 좌ㆍ우ㆍ중앙 모두 5m씩 짧고 펜스도 높지 않다. 정의윤이라면 홈런 맛을 볼 상황이 잦아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SK도 이 같은 기대를 안고 정의윤을 영입했다. SK는 시즌 초반부터 우타대타 요원의 부재에 시달렸으며 최정, 이재원, 브라운 등 몇몇 주전 선수들을 제외하면 장타를 칠 수 있는 자원도 부족했다. 이에 김용희 SK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정의윤 영입에 대해 큰 기대감과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현장이 원한 자원을 얻었다는 분위기다. 김 감독은 “정의윤에게서 장타력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부족했던 부분을 채운 느낌”이라고 말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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