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경기도 파주 인근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는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에 의한 것으로 판명됐다. 지뢰 폭발 사고로 김모 하사의 두 다리가 잘렸고, 하모 하사는 우측 발목을 잃는 등 중상을 입었다. 사건의 심각성은 북한이 군사분계선 우리 측 지역 깊숙한 곳까지 넘어와 우리 군 병력이 밟고 지나갈 수밖에 없는 자리에 지뢰를 설치했다는 데 있다. 고의적이고 비열한 도발이다.
이번 지뢰 폭발은 비무장지대에서의 적대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정전협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북측의 도발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합참은 “도발에 상응하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응징 차원에서 2004년 6월 남북 합의에 따라 중단했던 대북 심리전용 확성기 방송을 11년만에 재개했다. 정치권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묵과하기 어려운 도발이라며 모처럼 한 목소리를 냈다.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는 정전협정 위반을 규탄하며 북측에 장성급회담 개최를 요청하기로 했다.
그러나 우리 군이 사전에 철저히 대비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북한군 특이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고도 대비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합참 관계자도 “현장에서 지뢰나 부비트랩, 매복조 등에 대비해 필요한 조치를 더 했어야 했다”면서 “현장 지휘관의 전술조치에 과오가 있었다”고 시인한 바 있다. 지난해 말부터 북한군이 DMZ 일대에 지뢰를 매설하는 특이 동향이 포착됐는데도 국방부와 합참에서 적절한 대응지침을 일선 부대에 하달하지 않은 채 사건만 터지면 일선부대와 현장 지휘관에게 책임을 돌리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여왔다.
군의 부실한 경계도 논란이 불가피하다. 지난 2012년에는 북한군 병사가 우리 GOP 창문을 두드렸던 ‘노크 귀순’이 발생했고, 최근에는 GP인근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대기 귀순’과 북한군 병사가 철책을 흔들면서 귀순하는 제2의 노크 귀순 논란도 있었다.
이번 지뢰 매설도 수색작전이 정해진 코스대로 정해진 시간에 반복적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수 있다. 군은 DMZ에서 무인 경계로봇을 시범운용하는 등 비무장지대 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하지만 번번이 경계의 실패를 노출했다.
군 당국은 악천후와 울창한 수목으로 감시 사각지대가 발생했다고 변명만 할 게 아니라 철저한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북한군이 제 집처럼 DMZ 내 우리 측 지역을 휘젓고 다니면서 지뢰를 매설했는데도 이를 파악하지 못한 우리 군 감시체계의 허점을 재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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