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산책로 가로수마다 뒤덮여
밤엔 주택·건물 유리창에 날아들어
“더위에 창문도 못열어” 불편 호소
천적 없고 생명력 질겨 방역도 차질
외래 해충 미국선녀벌레가 도심지 공원까지 침투해 극성을 부리면서 주민들이 동시다발적인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11일 오후 2시께 안산시 단원구 한 공원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미국선녀벌레들이 산책로를 점령, 이곳을 이용하는 주민들은 손이나 부채로 벌레를 피하고 있었다. 무더위를 피하고자 산책을 나선 주민들의 얼굴에는 불쾌함으로 가득했다.
K씨(74·여)는 “지금까지 잡은 벌레만 해도 50마리는 될 듯하다”며 “벌레 때문에 오히려 짜증만 더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벌레들은 저녁때면 불빛을 따라 인근 주택으로 날아들어가면서 일부 주민은 무더위 속에서 창문을 닫고 잠을 청하는 형편이었다. 공원 인근 오피스텔 건물 현관 바닥에는 죽은 미국선녀벌레 수백여마리가 덮여있었다.
앞서 오후 1시께 수원시 장안구 한 대학 부속 식물원 인근 주민들도 비슷한 피해를 겪고 있었다. 이곳에 심어진 대부분의 가로수에는 줄기 30㎝당 평균 20마리 벌레들이 붙어 나무의 생육을 저해하고 그을음병까지 유발하고 있었다.
미국선녀벌레들은 해가 진 후 인근 주택으로 침입, 건물 유리창에 붙거나 주택 안까지 들어와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식물원 인근 커피숍 종업원은 “아침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유리창에 붙어 있는 미국선녀벌레들을 제거하는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수원시 영통구 한 공원도 미국선녀벌레들이 공원 삼림을 점령해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11일 경기도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올해 미국선녀벌레가 발생한 도내 산림 면적은 236.3㏊로 지난해 78.6㏊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또 벌레가 발생한 농경지 면적도 2013년 15.5㏊에서 지난해 23.3㏊, 올해 45.5㏊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선녀벌레의 피해가 이어지자 각 지자체에서는 자체적으로 방역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벌레의 생명력이 워낙 강하다 보니 피해입은 지자체마다 한계를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민원이 제기돼 방역작업을 시행했지만 워낙 생명력이 강해 완전히 방역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농림, 삼림, 공원녹지 등 관련 부서가 협의를 통해 대대적인 방역이 이뤄져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상현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 박사는 “이상고온현상과 천적이 없는 등의 이유로 미국선녀벌레 증식 속도가 빠르다”며 “지자체 중심의 산발적인 방역작업에서 벗어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통합방역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영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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