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떼 ‘광장·공원’ 점령… 배설물 폭탄·악취 ‘시민 눈살’

[현장&] 평화의 상징 ‘옛말’… 지자체 골머리

▲ 11일 오전 11시 30분께 인천시 중구 자유공원 바닥에 내려앉은 비둘기 떼를 행인들이 피해 돌아가고 있다.  이인엽기자

“평화의 상징 비둘기떼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배설물을 뿌려대 지나다니기가 겁이 납니다.”

11일 오전 10시 30분께 인천시 부평구 부평역 광장에는 얼핏 보기에도 100여 마리는 족히 넘어 보이는 비둘기떼가 바닥에 내려앉아 오가는 행인들 사이를 걸으며 바닥을 쪼고 있다. 비둘기들은 행인들을 무서워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행인들이 비둘기를 피해 걸어가는 모습이 연출됐다.

행인들 사이를 종횡무진이던 비둘기가 날갯짓하며 날아오르자 바로 옆에 있던 20대 여성 2명은 깜짝 놀라 짧게 비명을 지르기까지 했다.

광장 곳곳에서 비둘기 배설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지만, 청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비둘기 수에 비해 광장 바닥은 비교적 깔끔했다.

그러나 행인들은 머리 위로 낮게 날아다니는 비둘기들이 행여나 배설물을 쏟아내진 않을지 걱정하며 비둘기들의 눈치(?)를 보여 지나갔다.

같은 날 오전 11시 30분께 인천시 중구 자유공원도 사정은 마찬가지, 관광객과 행인들 사이로 비둘기떼가 겁 없이 활개를 치고 다녔다. 어린이들은 비둘기를 쫓아다니며 즐거워하는 반면, 부모들은 아이들을 말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A씨(43)는 “개체 수가 워낙 많다 보니 징그럽기도 하고 특유의 조류 냄새가 나 기분이 좋지 않다”며 “생활 속에서 이만큼 가까이 볼 수 있는 새가 비둘기뿐이라 아이들 정서에 좋을 것 같지만, 유해동물로 지정된 만큼, 어느 정도 퇴치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비둘기가 떼로 몰려다니며 악취를 풍기거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배설물을 쏟아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으나 지자체들은 인력과 장비 부족으로 미화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부평구는 구를 상징하는 새(구조)가 비둘기여서 조치에 난감해하고 있다.

부평구 한 관계자는 “1994년 평화를 사랑하는 구민의 성품과 희망을 상징한다는 취지로 상징 새를 비둘기로 지정해 포획 등 퇴치에 자유로울 수 없는 실정”이라며 “하지만, 비둘기 배설물 등의 피해가 접수되고 있는 만큼, 조치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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