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롯데… 여론 뭇매 잠재울까?

신동빈 회장 “불미스런 사태 죄송” 대국민 사과
호텔롯데 기업공개·그룹 지배구조 개선 등 약속

▲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최근 불거진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다시 한번 국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동안 경영권을 놓고 아버지ㆍ형과 갈등을 빚었던 신 회장은 지난 3일에도 일본에서 돌아오던 공항에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인 바 있다.

신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께 어두운 색 정장차림에 롯데배지를 달고 소공동 롯데호텔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등장했다. 굳은 표정으로 단상에 올라간 신 회장은 준비해 온 대국민 사과문 원고를 읽기에 앞서 허리를 크게 굽히고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그룹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게 항상 함께 해 주시고 사랑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최근 불미스러운 사태로 많은 심려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10초간 고개를 숙였다.

그는 “롯데에 대해 여러분께서 느끼신 실망과 우려는 모두 제 책임이다”면서 “그룹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 강화에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이같은 신 회장의 언행은 재벌 총수 일가의 볼썽사나운 경영권 다툼에다 경영자가 한국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본 기업’이란 국민적 반감을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신 회장의 이날 사과는 지난달 27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일본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하며 경영권 분쟁을 촉발한지 꼭 15일 만에 이뤄졌다.

신 회장은 지난 5∼7일 외부일정을 모두 접고 집무실에 머물며 참모진들과 대책을 논의한 끝에 지난 주말 대국민 사과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재계 서열 5위 기업 총수가 직접 대국민 사과라는 이례적 방식을 택할 경우 오히려 비판 내용을 기정사실화 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내부 반대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신 회장은 사과에 이어 그룹 쇄신을 위해 한국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기업공개 추진, 복잡하게 꼬인 순환출자 80% 이상의 연내 해소, 불투명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팀 출범 등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이와 함께 신 회장은 “한국 매출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고 지난해 일본롯데에 대한 한국롯데의 배당금이 한국롯데 전체 영업이익의 1.1%에 불과하다”며 롯데의 국적 논란 해소에도 안간힘을 썼다.

롯데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과와 관련, “임원들 사이에서도 전문 분야와 생각이 다른 만큼 100% 찬성은 없지 않았겠느냐”면서 “결국 회장님의 의사가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김규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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