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이 좋네요” 인상 일그러지는 포교활동

길 물어보는 척 행인에 접근 결국엔 정체불명 종교 얘기
“제사 안지내면 우환…” 협박도 마땅한 법 없어 단속 골머리

“저기요, 노보텔 호텔이 어디에요”

13일 오후 2시께 수원역 인근 한 노상. 중년의 남성과 여성이 지나가던 L씨(24·여)를 붙잡고 길을 묻기 시작했다. 이 여성은 낯선 두 사람이 다가오자 순간 긴장을 했지만 길을 묻자 이내 긴장을 풀고 손가락으로 호텔 방향을 가리키며 친절히 설명해줬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이 여성에게 ‘인상이 좋네요’라며 대화를 이어갔다. 이어 그들은 L씨를 인근 커피숍으로 유인, ‘제사를 지내야 앞으로 인생이 잘 풀릴 것이다’며 협박 수준의 포교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1명의 연락책을 중심, 2명씩 10개팀으로 총 20명이 각자 할당된 구역에서 오후 1시부터 저녁 9시까지 지나다니는 사람에게 길을 물으며 접근하는 방식으로 포교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기자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 오늘 당장 집안에 우환이 생길지도 모른다’면서 불안감을 조성하기도 했다. 이처럼 수원역 인근 거리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종교의 포교 활동이 극성을 벌이면서 주민들의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들의 포교활동을 지켜본 한 시민은 이들에게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K씨(53)는 “이 지역에서 포교활동하는 사람을 하도 많이 봐서 이제는 얼굴도 기억한다”며 “시와 경찰은 대체 뭐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이들의 반강제적인 포교활동을 제재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관련 법령이 없고 종교적인 영역이라 현재 제재나 단속 등에 나설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 관계자는 “이들을 제재하려면 호객행위, 주민 불안감 조성 등 경범죄로 봐야 하는데 처벌규정이 없다 보니 스티커 발부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사복 경찰관 수색 등을 통해 민생 치안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이영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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