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황금표범상
오랜만에 국제무대에서 한국 영화계에 단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홍상수(55) 감독의 신작이자 17번째 장편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가 제68회 스위스 로카르노국제영화제 국제경쟁부문 대상인 황금표범상 수상작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이 영화 남자 주연 배우 정재영이 이번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게 되면서 경사가 겹쳤다.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홍 감독의 이번 수상은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1989)에 이어 한국영화가 26년 만에 거둔 쾌거다.
배급사 측에 따르면 이번 영화가 상영된 지난 13일(현지시간) 오후 홍상수 감독이 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소개에 따라 무대에 오르자 3천석을 가득 메운 현지 관객들이 뜨거운 환영의 박수로 맞이했다고 한다. 관객들은 상영 내내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고, 상영이 끝나고 나서는 기립 박수를 보내며 거장의 귀환에 다시 한 번 뜨겁게 반응했다.
홍 감독이 가장 최근에 국제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무대도 로카르노국제영화제였다. 홍 감독은 2013년 영화 ‘우리 선희’(2013)로 같은 부문에 초청돼 최우수 감독상을 받았다.
그는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올해 대상과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면서 명실 공히 전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거장임을 입증했다.
로카르노영화제는 1946년 처음 개막한 이래 스위스 최대의 규모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베를린·칸·베니스 영화제와 더불어 유럽에서 가장 권위가 있는 영화제로, 세계적인 거장으로 평가받는 스탠리 큐브릭, 밀로시 포르만, 벨라 타르, 천 카이거, 구스 반 산트 등의 초창기 작품들이 이 영화제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홍 감독은 한국의 영화감독 중 세계적인 국제 영화제에 단골로 초대받는 감독이다. 2010년 세계 3대 국제영화제 가운데 하나인 칸 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받기도 했다. 그의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은 영화계와 대중에게 그간 한국영화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새로움과 충격을 던졌다.
홍 감독에 대해 빠지지 않는 평가는 그가 일상을 포착하는 데 뛰어난 재주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지식인의 위선을 가감 없이 보여주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잔인한 남녀관계를 조명하기도 한다.
홍 감독은 아침에 그날의 시나리오를 쓰는 즉흥적이고 독창적인 영화 작법을 고수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만큼 현장에서 과정을 신뢰하며 발견이 주는 힘을 믿는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도 영화감독과 화가의 일상을 소재로 시간의 재구성이라는 홍상수 감독 특유의 기법이 살아있는 영화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내달 말 개봉 예정이다.
이번 영화를 통해 정재영과 김민희가 ‘홍상수 사단’에 합류했다. 홍 감독은 지금까지 유준상, 이선균, 윤여정, 문소리, 고현정 등 내로라하는 배우와 작업하며 이들의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이끌어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영화의 줄거리와 메시지, 배우들이 어떤 느낌의 연기를 펼쳤는지 기대가 쏠리는 이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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