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는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 규모·내용은 ‘초라한 성적’

[경기도 게임산업 'REBOOT' 하자] 1. 굿(Good)하지 못한 ‘굿게임쇼’

▲ 지난달 30일 중국 상해 신국제박람센터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의 게임쇼인 ‘China Joy 2015’가 성대하게 펼쳐졌다.

지난 5월29일부터 31일까지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굿게임쇼 코리아 2015’는 역대 최대 성과를 올리며 성료했다.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굿게임쇼 코리아 2015’는 전시회 기간 6만7천명의 관람객이 다녀갔으며 2천900만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상담도 현장에서 이뤄졌다.

이는 지난해 굿게임쇼와 비교했을 때 관람객은 11%, 수출상담액은 21%가량 증가한 것이다. 경기도는 이번 굿게임쇼 코리아 2015에 대해 수도권에서 열리는 유일한 글로벌 게임쇼이자 상반기 최대 국내 게임 축제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과에도 게임 산업 관계자들은 굿게임쇼가 성장 가능성은 보여줬지만 아직 게임 업체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미국 LA에서 열리는 ‘E3’와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도쿄게임쇼’, 독일 쾰른에서 열리는 ‘Gamescom’ 등 세계 3대 게임쇼는 물론 중국 상해에서 열리는 ‘China Joy’ 및 부산에서 개최되는 ‘지스타’와 비교해도 굿게임쇼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 작은 시장 기능성 게임…정부 지원마저 없어

지난 2009년 처음 개최된 굿게임쇼는 매년 5월 킨텍스에서 개최되고 있으며 올해는 1만3천㎡ 규모로 열렸다. 2005년 출발해 매년 11월 부산에서 개최되고 있는 지스타는 5만4천㎡ 규모로 개최되고 있어 굿게임쇼의 약 4배가량 큰 규모를 자랑한다. 단순히 전시장 규모만 큰 것이 아니다.

35개국 600여개사가 참가하는 지스타는 관람객도 약 20만명을 넘어서고 있어 20개국 300여개사, 6만7천명의 관람객을 기록한 굿게임쇼를 규모 및 내용적인 면에서 모두 압도하고 있다.

이렇듯 굿게임쇼가 지스타에 비해 초라한 실적을 내고 있는 이유는 전시회의 성격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굿게임쇼는 2009년 출발할 당시 ‘경기기능성게임페스티벌’로 출발, 2013년 굿게임쇼 코리아로 명칭을 변경했지만 아직 게임 업계에는 기능성게임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일명 착한 게임으로 불리며 주목을 받기 시작한 기능성게임은 의학과 운동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돼 빠른 발전 속도가 전망됐지만 예상과 달리 아직 국내에는 제대로 된 시장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게임시장은 약 5조4천억원 규모에 달하지만 이중 기능성게임은 2천억원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실상 현장에서 체감되는 기능성게임 시장은 매우 미약하다는 것이다. 경기도 역시 기능성게임만으로는 굿게임쇼의 도약을 장담할 수 없어 최근에는 가상현실 게임, 로봇 동작인식 기반게임 등 미래 산업을 선도할 융복합 콘텐츠와 아날로그 게임인 큐브 퍼즐과 보드게임 등 다양한 게임으로 굿게임쇼를 꾸미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과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지는 못하고 있다.

올해는 대기업들이 일반 신작게임을 굿게임쇼에서 발표하기도 했는데 오히려 전시회의 성격이 모호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혹평도 나오고 있다.

굿게임쇼와 지스타의 또 하나의 차이점은 지스타의 경우 국비가 지원되는, 국가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게임쇼인 반면 굿게임쇼는 경기도의 예산으로만 개최되는 전시회라는 것이다.

지스타는 국비 3억원, 부산시 12억원이 지원되지만 굿게임쇼는 경기도에서 8억5천만원을 투입하는 것이 전부다. 3억원이 많은 금액은 아닐 수 있지만 국비가 투입되는, 국가가 인정하는 게임쇼라는 것은 해외 및 국내 업계에 시사하는 의미가 적지 않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단시간에 눈에 띄게 발전한 전시회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바로 ‘China Joy’가 그러한 대표적 사례이다.

■ 성장가능성 보고 개최지 옮겨… 세계가 주목하는 게임쇼

중화인민공화국 신문출판총서 주최, 중국출판공작협회 산하 게임공작위원회 주관으로 지난 2004년 1회 대회가 열린 China Joy는 그동안 중국 자국 온라인게임이 주로 참가하는 국내 지스타보다 뒤지는 게임쇼로 업계에 인식돼 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지원으로 이제는 지스타를 위협하는, 더는 지스타가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 국내 게임 업계의 분석이다.

China Joy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인식은 개최지 변경에서 엿볼 수 있다. 2004년 1회 대회가 개최될 당시 북경에서 개최됐던 China Joy는 2회 대회부터 상해로 옮겨 개최된다. 이유는 북경보다 상해가 해외 바이어들이 선호하는 지역이었고 게임 산업의 가능성을 보았을 때 북경보다는 경제 수도로 자리 잡은 상해에서 개최되는 것이 시너지 효과가 더욱 클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었다.

북경에서 상해로 장소를 옮긴 China Joy는 규모를 점차 확대하는 데 올해 China Joy의 경우 이미 지스타보다 전시규모가 2배 이상 커졌고 참가기업과 관람객 수도 지스타를 넘어섰다.

중국은 게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의 게임 심사 절차를 간소화했고 ‘지적재산권 실시 및 국가 지적재산권 계획과 전략’을 통해 지적재산권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2013년에는 정부차원에서 판매를 금지했던 콘솔게임(TV에 연결해서 즐기는 비디오게임) 규제를 철폐, 올해 China Joy에서는 콘솔게임 부스도 설치돼 바이어들과 활발한 상담을 벌였다.

경기도 관계자는 “정부의 관심이 게임산업을 얼마만큼 발전 시킬 수 있는지 China Joy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며 “굿게임쇼뿐만 아니라 국내 게임산업의 전반적인 발전을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어떠한 정책을 내놓을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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