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아라뱃길 푸드트럭 영업 시작했지만… 불법노점상 때문에 매출 부진

기존 노점 음식·주류 판매 여전 단속부스 텅 빈채 제구실 못해 
규제개혁·청년창업 취지 무색

▲ 지난 16일 오전 10시께 인천 서구 시천동 경인아라뱃길 시천나루터 인근에서 허가 받지 않은 불법 노점이 운영 중이지만 단속의 손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정식으로 영업허가까지 받아서 푸드트럭을 시작했는데 주변에서 불법 노점상들이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으니 나만 헛수고한 게 아닐까 불안합니다.”

인천지역 최초로 경인아라뱃길 주변에 합법 푸드트럭 존이 도입됐지만, 인근 곳곳에 무허가 노점상이 난립해 정부의 규제개혁이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푸드트럭 정식 허가를 받은 A씨는 광복절 연휴 마지막 날인 16일 오전 10시께 경인아라뱃길 시천교 부근에서 커피류 판매를 시작했다.

그러나 A씨의 푸드트럭과 불과 50m 떨어진 주변에는 불법 노점상 10여 곳이 이른 아침부터 장사 준비를 하거나 이미 장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일찌감치 문을 연 한 노점은 ‘잔치국수’, ‘컵라면’ 등이 표시되는 대형 LED 입간판까지 세워 두고 막걸리와 소주, 맥주 등 허가받지 않은 주류들까지 판매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정식으로 허가를 받은 푸드트럭만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노점은 모두 불법이다. 시천교 바로 옆에는 ‘아라뱃길 하천구역, 도로, 주차장 및 인도의 노점행위를 금지한다’는 안내간판이 세워져 있지만 이를 신경 쓰는 노점상인은 아무도 없다.

더구나 ‘아라뱃길 질서유지’ 간판을 내건 단속부스는 오전 11시가 넘도록 비어 있어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A씨는 합법적인 푸드트럭이라는 점을 홍보하기 위해 ‘아라뱃길 푸드트럭 ZONE’이라는 문구까지 차량에 써 붙여놓았지만 주변의 불법 노점상 때문에 매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시천교 인근 공영주차장에도 불법 노점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주차구역을 점령한 4~5대의 트럭들은 토스트와 커피, 블루베리 빙수 등을 팔고 있었지만, 이곳 역시 단속의 손길을 전무했다.

한국수자원공사 경인아라뱃길본부는 자체 공모를 거쳐 가족소풍마당(서구 시천동), 등대공원(계양구 상야동) 2곳에 인천지역 최초 푸드트럭 운영자를 선정, 지난 11일 개장식까지 열고 공식 영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푸드트럭 규제개혁을 언급한 이후 인천지역에서 처음으로 합법 푸드트럭이 등장한 것이다. 본부 측은 서민 일자리 창출과 청년창업 활성화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기대감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수년전부터 난립한 불법 노점상을 근절하지 못하고 푸드트럭존만 서둘러 개장한 탓에 규제개혁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홍보도 부족하니 이용객 입장에서는 푸드트럭만 합법이고 노점은 불법이라는 것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

시천교 인근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업주 A씨는 “수자원공사와 서구청 등에 허가를 받고 합법적으로 영업하고 있지만, 주변 불법 노점상은 그대로”라며 “단속을 하지 않는 건지 못하는 건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인아라뱃길본부 관계자는 “국토부와 인천시와 불법노점 단속 TF팀을 구성했으며 조만간 합동단속을 진행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양광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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