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고도비만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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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도 보테르하면 풍선처럼 터질듯한 뚱뚱한 사람들의 이미지가 생각난다. 콜롬비아 화가인 보테르는 볼륨을 강조한 풍만한 인체를 통해 남미의 유머와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 그림이라서 일까, 풍만한 인물들은 뚱뚱하지만 거슬려 보이지는 않는다. 지금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보테르전은 연일 만원이다.

그렇다면 보테르의 그림 속 뚱뚱이들의 건강은 어떨까. 의사들은 “목선이 드러나지 않고 복부 및 팔다리의 굵기를 볼 때 초고도비만에 가깝다”고 한다. 이 정도 비만이면 심장질환과 중풍, 대사증후군, 고혈압, 고지혈증, 퇴행성관절염, 수면무호흡증, 암 등 각종 성인질환이 2개 이상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단다. 과다한 지방세포에서 다량의 염증 물질을 분비하고, 몸무게가 과도하다 보니 무릎 척추 등에 강한 압력을 가하게 된다고.

보테르의 그림은 마른 몸에 집착하는 오늘날 미의 기준에 경종을 울리는 것일 수도 있지만, 우리사회에서 고도비만은 심각한 문제다. 비만은 현대인의 가장 심각한 질환이자 만병의 근원이다. 고도비만일수록 다양한 질환으로 인해 수명이 최대 14년까지 단축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국 국립암연구소 연구팀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고도비만인 사람은 정상 체중인 사람에 비해 질병 발병률과 사망률도 2배가량 높았다.

건강보험공단이 2002년 이후 우리나라 비만 인구가 20∼30대를 위주로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이 추세대로라면 10년 뒤 전체 고도비만율이 5.9%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17명 중 1명이 고도비만이 된다는 얘기다.

비만은 암, 당뇨, 고혈압, 고지혈, 뇌졸중, 허혈성심질환, 지방간 등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된다. 비만이 증가하면 건강보험의 재정 부담도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비만으로 인한 진료비는 2002년 8천억원에서 2013년 3조7천억원으로 4.5배가 됐다. 건강보험공단은 10년 뒤인 2025년이면 비만관련 질환 진료비가 현재보다 2배 가까이로 늘어난 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건강보험공단이 담배에 이어 비만을 사회 문제로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몸 관리도 이제 국가가 나서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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