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고지戰 ‘선점’... 신동빈 ‘원톱’ 탄력

롯데홀딩스 임시주총서 지지 확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핵심 지배 고리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승리하며 경영권 승계의 9부 능선을 넘었다. 하지만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밝히며 법적 소송도 불사할 뜻을 내비쳐 ‘롯데판 왕자의 난’ 결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7일 오전 9시30분께 일본 도쿄 데이코쿠 호텔에서 시작된 롯데홀딩스 임시 주총은 30분 만에 막을 내렸다. 주총에서 신동빈 회장이 상정한 사외이사 선임 건과 ‘법과 원칙에 의거하는 경영에 관한 방침의 확인’ 건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사외이사로는 고베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검사를 거쳐 참의원을 지낸 데이쿄 대학교 법학부 교수인 사사키 도모코씨가 선임됐다.

신 회장은 주총 결의 후 롯데홀딩스를 통해 낸 발표문에서 “오늘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사외이사 선임과 규범 준수를 강화하기로 의결했다”면서 “이는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사태의 조기 해결과 재발 방지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며, 롯데그룹은 앞으로 법과 원칙에 의거한 경영 및 경영투명성을 한층 더 강화하고 철저하게 실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롯데그룹은 임원들의 취임과 해임에 대해서도 모두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결정해왔다”며 “이번에 사사키 도모코가 사외이사로 취임한 것을 계기로 열린 경영을 한층 더 가속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주총에서 통과된 두 가지 안건은 신 회장이 지난 11일 대국민 사과 때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것과 연관된 것으로, 이번 주총 지지를 바탕으로 관련 개혁 작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신 회장이 공언한 대로 호텔 롯데 상장과 순환출자 고리 연내 80% 해소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이미 손에 넣은 데 이어 주총에서도 우위가 확인됨에 따라 지난달 말부터 20일 이상 끌어온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신 회장의 승리로 막을 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주총에도 불구하고 형제간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만큼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의 반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그동안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의 영향력이 큰 고쥰샤와 종업원지주회를 우호 지분으로 간주하며 주총 승리를 장담해왔다는 점에서 향후 현 임원진 교체를 안건으로 상정한 주총 개최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동생인 신 회장이 신 총괄회장을 배제한 채 L투자회사 대표로 취임ㆍ등기한 것 등에 대해 신 전 부회장이 법적 소송을 낼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김규태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