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분쇄기’ 우리 지역도 쓸 수 있나요

내년부터 분쇄기 허용에도 정부 기준과 달라 설치 어려워

내년부터 디스포저(분쇄기)를 통한 음식물쓰레기 배출 허용에도 불구, 경기도내 상당수 지역에서 설치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 시ㆍ군의 하수처리 여건이 정부의 정책 추진 속도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17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하수도법이 개정되면서 내년부터 분류식 하수관 설치 지역을 대상으로 가정마다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를 모두 갈아서 배출할 수 있는 디스포저 설치가 허용된다.

디스포저는 부엌에서 나온 음식물을 잘게 부숴 물과 함께 하수도로 흘려 보내는 장치다. 지난 2012년 음식물을 갈아서 하수도로 20% 미만만 배출할 수 있는 ‘감량분쇄기’가 허용된 뒤 배출량을 늘려 달라는 민원이 전국적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수도법 개정에 따른 분쇄기 설치가 가능해져도 도내 상당수 지역 주민들을 분쇄기를 사용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합류식 하수관 설치 지역의 분쇄기 사용을 금지하고 있고 도내 대부분의 지자체가 과거에 매설한 하수관이 분류식이 아닌 합류식이기 때문이다. 분류식 하수관은 빗물을 배수하는 시설인 우수관과 오ㆍ폐수를 배출하는 오수관이 별도로 설치되는 하수관을 말한다. 반면 합류식은 이를 나누지 않고 하나의 하수관으로 각종 생활 하수까지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런 가운데 도내 분류식 하수관 설치율은 평균 60%로 집계됐으며 수원시, 오산시 등은 40%에 그치고 있다. 이들 지역은 하수도법 개정에 따른 디스포저 설치가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기존의 감량분쇄기 사용은 허용된다. 이에 따라 분쇄기를 사용할 수 없는 도내 합류식 하수관 지역 주민들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수원시에 거주하는 A씨는 “다른 지역보다 지어진 지 오래된 동네에 살아 음식물처리까지 다르게 해야 한다니 억울하다”면서 “전국적으로 분쇄기가 허용된다면 합류식 하수관 지역 주민들에게 지자체가 대안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부 관계자는 “감량분쇄기는 음식물의 20%만 배출돼 배출량이 적어 합류식에서 사용해도 무리가 없다”면서 “그러나 전량을 배출하는 분쇄기는 합류식에서 역류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지자체에서 분류식 하수관 비중이 늘어나면 분쇄기 사용이 가능한 지역도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선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2035년까지 분류공사를 통해 분류식 하수관을 약 70%까지 만드는 것을 목표로 꾸준히 분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노후된 지역은 아예 오ㆍ우수용 두개의 관로를 매설할 수 없는 등의 지역적 한계가 있어 그 이상 확충은 어렵다”고 말했다.

한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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