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과다요구에 숨 못쉬는 학교들

시·도교육청 특별회계 감사

경기도교육청을 비롯한 전국 시·도교육청에 대해 특별회계 감사를 준비중인 감사원이 단 열흘의 기간만 주고 각급 학교의 3년6개월치 보유계좌별 거래내역 제출을 요구, 새학기를 맞은 각급 학교가 업무과중을 호소하고 있다.

감사원은 ‘기간 내 자료 제출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도교육청 의견을 받아들여 ‘일주일’ 연장해줬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감사원이 현장의 애로사항은 외면한 채 아니면 말고 식 자료 요구를 하고 있다’며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18일 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7일 전국 시·도교육청 소속 유치원과 초·중·고·특수학교에 2012년 1월1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의 ‘회계관련 업무담당자 및 학교계좌 현황’ 자료를 17일까지 제출토록 했다.

감사원 요구자료에는 △학교회계직 직원 명단 △학교별 보유 계좌의 입·출금 내역(해지된 계좌도 포함) △학교 계좌별 월별 잔액 현황 △각종 사용료 징수 목록까지 포함됐다.

이에 따라 일선 학교에서는 ‘감사원이 모두 살펴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방대한 양의 자료를 요구, 교육현장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감사원이 해지된 계좌까지 제출목록에 포함, 학교별로 많게는 70여개의 계좌 거래내역을 제출해야 하면서 현장 업무는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또 오는 24일부터 도교육청에 대한 교육부 종합감사까지 예정, 각급 학교는 감사자료 준비도 병행해야 해 정작 시급한 신학기 준비나 일상 업무에 공백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안양 A초등학교 행정실장은 “용도에 대한 설명도 없이 무작정 방대한 양의 자료를 제출하라는 건 결국 트집을 잡기 위한 요구 아니냐”고 한숨을 쉬었다.

이런 가운데 학교측에 각종 자료를 제공해야 하는 은행들도 예상치 못한 업무에 당혹감을 보이고 있다. 수원 A은행 관계자는 “학교의 요청에 따라 협조는 하고 있지만 이렇게 많은 양을 감사원이 과연 다 살펴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자료 준비로 인해 학교에서 부담을 느낄 수 있지만 필요성을 감안해 요청했고, 추가적인 자료 요구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송우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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