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현장] 도시재생과 건축물 철거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은 물리적 환경 측면에서 많은 약점을 가지고 있는 저층 주택 밀집지역을 아파트 단지로 전환하고, 그 과정에서 종전 주택 소유자에게 경제적 이익을 주고, 정부의 재정 부담이 거의 없이 도시 기반시설과 공공 임대주택을 확충할 수 있는 공익사업으로서 각광받아 왔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재건축ㆍ재개발 사업들은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의 상황과 맞물려 정체되고 있고, 이러한 원인으로 많은 사업지구에서 주민들의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서울의 금화아파트가 붕괴위험으로 44년 만에 강제 철거가 시작됐다. 문제는 해당구역이 2011년 사업시행 인가를 받은 뒤 현재 재정비촉진계획변경 심의가 진행 중으로, 관리처분 인가를 남겨 놓은 상태라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불가피하게 철거를 하기 위해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야 하지만 해당구청에서는 안전을 이유로 강제 철거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보상 및 관리처분 계획도 잡히기 전에 철거가 강행돼 재산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법에서 사업시행자는 관리처분계획의 인가를 받은 후 기존의 건축물을 철거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다만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ㆍ주택법ㆍ건축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기존 건축물의 붕괴 등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는 경우와 폐공가의 밀집으로 우범지대화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기존 건축물 소유자의 동의 및 시장ㆍ군수의 허가를 얻어 해당 건축물을 철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구청과 서울시는 이 규정을 각자의 입장에서 보는 모양새다. 해당구청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의해 소유자 동의가 없어도 안전 우려로 철거가 가능하다는 입장인 반면 서울시는 관리처분 단계 전 철거가 진행되려면 소유자의 동의를 받는 것이 먼저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행정기관의 해석이 분분한 상황에서 정작 강제 철거로 인해 당장 토지 등 소유자의 재산권 침해와 임차인의 이주 문제가 현실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의 안전 문제와 재산권의 문제가 양립하는 상황이지만 안전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 하지만 공공의 의견이 갈림에 따라 당장에 주거권과 재산권을 보장받아야 하는 해당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현실이 난감할 수 밖에 없다. 금화아파트 문제는 지금까지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사례로, 해당 주민들에 대한 해당 행정기관의 적극적인 역할과 법적 미비에 대한 보완이 당장 요구된다 할 것이다. 서울시만 해도 금화아파트와 같은 지구가 13곳이 된다고 하니 말이다.

김종경

(사)판교테크노밸리입주기업협회 상무이사부동산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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