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퇴직연금, 꺾기 규제서 제외를”

퇴직급여법 통과땐 기업 ‘의무’

시중은행이 구속성 예금 규제대상에서 퇴직연금을 빼줄 것을 금융당국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속성 예금 규제는 일명 ‘꺾기’ 규제로 은행이 대출을 원하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원하지 않는 금융상품 가입을 강요하지 못하게 막는 규정이다. 금융당국은 대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대출 실행일 전후 1개월 내 판매한 예ㆍ적금, 보험, 펀드, 퇴직연금 등의 월 단위 환산금액이 대출 금액의 1%를 초과하면 구속성 예금으로 간주하고 있다.

23일 시중은행권에 따르면 현재 국회 계류 중인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퇴직급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오는 2022년까지 기업은 퇴직연금 도입을 전면 의무화 해야 한다. 시중은행은 이를 이유로 구속성 예금 규제 대상에서 퇴직연금을 제외해 줄 것을 금융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가입의무 조건이 없어 구속성 예금 규제를 적용받는 일반 금융상품과 달리 퇴직연금은 퇴직급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의무사항이 되기 때문에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을 이유로 필요하지 않은 예금, 펀드 등을 판매하는 행위를 막으려고 실시하는 구속성 예금 규제 취지를 고려할 때 퇴직연금은 규제대상에 포함돼서는 안된다”라며 “대출하는 기업에 의무 도입사항인 퇴직연금을 판매하는 것은 일반적인 금융상품 판매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퇴직연금을 구속성 예금 규제 대상에서 제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지난 3월 실시한 ‘은행 꺾기 실태 및 정부 꺾기 규제’에 대한 중소기업의 의견조사 결과 8.8%가 구속성 예금 중 가장 부담되는 금융상품이 퇴직연금이라고 대답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이 구속성 예금으로 가입한 금융상품의 11.1%가 퇴직연금으로 조사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기업 또는 매출액 100억원 미만의 영세기업이 구속성 예금에 대해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에 퇴직연금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정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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