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어린이집 표준임대차계약서 무용지물...입주자 대표회의 ‘갑질’ 여전

권고사항일 뿐 법적효력 없어

공동주택 어린이집을 상대로 입주자 대표회의가 하는 ‘갑질’을 막기 위해 경기도가 도입한 ‘공동주택 어린이집 표준임대차계약서’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표준임대차계약서가 권고 사항일 뿐 법적인 효력이 없어 계약서의 규제 내용이 현실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고양시에 따르면 공동주택 어린이집 운영자와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는 경기도의 ‘공동주택 어린이집 표준임대차계약서’로 계약을 맺고 있다. 계약서에는 입주자 대표회의와 어린이집 운영자 간에 발전기금을 요구하지도, 내지도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갑’인 입주자 대표회의는 ‘을’인 어린이집 운영자에게 직간접적으로 발전기금을 요구하고, 어린이집 운영자는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이를 내고 있다. 더구나 수입원이 원아 보육료가 전부인 어린이집은 발전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급식의 질을 낮추고 우수교사 확보에도 소홀히 해 피해는 고스란히 아동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실제 고양시 A아파트 B어린이집은 지난 3년간 2천만원을 발전기금 명목으로 입주자 대표회의에 제공했다. A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는 B어린이집에 현금이 아닌 각종 물품 구입비용을 대신 지급하게 하는 방법으로 발전기금을 받아왔다.

또한 발전기금을 요구하는 입주자 대표회의에 불가 통보를 한 C어린이집은 계약 해지에 맞서다가 최근 대표회의로부터 명도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한 어린이집 원장은 “어린이집을 운영하려면 입주자 대표회의 요구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며 “경기도 표준임대차계약서가 이를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전기금 폐단을 막으려고 고양시의회가 조례 제정을 추진했지만, 상위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실제 효력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손을 놓고 있다.

시의회 한 의원은 “불합리한 상황은 모두 인식하고 있지만, 상위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조례를 제정해도 해결할 방법이 없어 답답할 뿐이다”고 밝혔다.

고양=유제원ㆍ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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