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남북한의 표준시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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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시(Standard Time)는 한 나라 또는 한 지방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평균태양시다. 세계 각지의 표준시는 경도 0°를 지나는 영국 그리니치 표준시와의 시차를 정수로 두는 것이 보통이다. 경도 15도를 지날 때마다 1시간의 시간차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리니치 표준시보다 9시간 빠른 동경 135도를 표준시로 삼고 있다.

한반도 중심을 관통하는 자오선은 동경 127.5도이다. 하지만 남북한은 일본 본토를 통과하는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써왔다. 구한말인 1908년 2월 7일 대한제국 표준시 자오선이 공포되면서 동경 127.5도를 표준자오선으로 했지만 일제강점기인 1912년부터 일본의 표준자오선으로 바뀌었다. 1954년에 다시 127.5도를 표준자오선으로 환원했지만 1961년 군사정권이 출범하면서 표준시를 동경 135도로 변경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군사정권은 미군과 연합훈련을 벌이거나 다른 나라와 시간을 환산할 때 혼란스럽다는 이유를 변경 근거로 내세웠다. 이후 정치권에서 표준시 변경론이 이따금 제기돼 왔다. 일제 잔재 청산과 천문 역법을 고려했을 때 표준시를 동경 127.5도로 환원해야 한다는 법안이 몇차례 국회에 제출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제거래 등에서 1시간 단위를 주로 사용하고 있고 표준시 변경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얘기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제 잔재를 청산한다’며 광복절인 15일부터 표준시간을 30분 늦췄다. 동경 127.5도를 기준으로 하는 시간을 표준시로 정하고, 15일 새벽 ‘평양 표준시’ 시작을 알리는 타종식도 가졌다. 북한의 표준시가 늦춰지면서, 우리나라가 정오일 때 북한은 오전 11시30분이 된다. 한반도에 두 개의 표준시가 존재하게 된 것이다.

두 개의 표준시는 개성공단 입ㆍ출경 등 남북교류에 불편을 주고 장기적으론 남북통합에 지장을 주게 될 것이다. 30분의 시차는 남북간 이질성 심화 등 점점 멀어져가는 남북관계를 그대로 반영하는 듯해 씁쓸하다. 좁은 한반도에서 서울시간, 평양시간을 따로 정하는 것은 옳지않아 보인다. 표준시의 통일도 또 하나의 과제가 됐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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