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치 빨리 끝났으면…” 접경지역 주민들 불안감 여전

귀가한 주민들도 TV 보며 고위급 접촉에 촉각

▲ 남북이 밤샘 마라톤 협상을 벌이고도 결론을 도출하지 못해 고위급 접촉을 재개한 23일 오후 연천군 중면사무소 삼곶리 민방공대피소에서 대피한 주민들이 TV 뉴스를 시청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하루라도 빨리 남북 대치 불안이 해소돼야 하는데, 걱정입니다.”

북한 포격도발 이후 남북 간 군사적 대치가 계속되면서 연평·백령도를 비롯한 서해 5도와 강화군 교통 일대, 연천 및 파주 등 수도권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계속 커지고 있다.

23일 남북 고위급 회담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북한 잠수정 수십 대가 기지를 이탈하고, 휴전선 주변의 북한군 동향이 심상치 않다는 소식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특히 인천시는 북한군 위협이 계속되자 이날 오후 4시 37분을 기해 강화군 교동면 인사리 주민 111가구, 210명을 대피소로 이동시켰다. 주민들은 지난 22일에 이어 이날까지 주말에만 두 차례 대피소로 향하게 되자 밀려오는 불안감을 숨기지 못했다.

교동면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매년 반복되는 남북 군사적 긴장 때문에 불안감이 커지는데다 북한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어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다”며 불안감을 표출했다.

연평도와 백령도 등 서해 5도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크다. 벌써 사흘째 서해 5도 일대 조업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특히 북한의 도발 때문에 조업은 고사하고,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는 상황이어서 만에 하나 비상사태 시 대피소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연평도의 한 주민은 “남북이 하루빨리 합의를 이뤄 본격적으로 꽃게가 출하되는 9월 전에 생업에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면서 “대피소를 나와 집에 있지만, 온통 관심은 TV에서 나오는 북한 소식에 묶여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전했다.

DMZ(비무장지대) 긴장 고조로 4일째 전 직원이 비상근무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파주시는 현 상황을 전시상황에 준하는 ‘통합방위메뉴얼’대로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시는 대북방송 확성기 1대가 설치돼 있어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면서 민간인출입통제선에 거주하는 대성동마을 등 3개 마을 주민 800명에 대한 안전확보에 최우선 조치를 취하고 있다. 시통합방위본부장인 이재홍 시장은 지난 21일부터 대성동마을, 통일촌마을, 해마루촌 등 3개 마을 주민 800여명이 있는 3개 대피소를 일일이 방문해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주민들을 안심시키며 안전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민통선 해마루촌 이완배 이장은 “주민들이 이구동성으로 남북 고위급 회담으로 대치 분위기가 해소되길 빌고 있다”면서도 “이번 기회에 똘똘 뭉쳐 북한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며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에는 황교안 국무총리와 김종양 경기지방경찰청장이 함께 해마루촌 대피소와 파주장단출장소를 방문해 주민들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이와 함께 군의 대피령에 따라 지난 22일 연천군 중면사무소 대피소와 태풍전망대 아래 대피소로 긴급 대피한 연천군 삼곶리, 횡산리 주민들은 남북 고위급 회담소식에 불안함을 조금 덜었지만, 대피해제나 별다른 상황 진전이 없어 답답해하고 있다.

민통선 내 횡산리에서 인삼 농사를 짓는 L씨(57)는 “잡초도 제거하고 농약도 쳐야 하는데 밭에 출입할 수 없어 큰일”이라며 “아무쪼록 남북 고위층이 좋은 결과를 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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