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잠수함 15척 대 70척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기자페이지

국방백서(國防白書)라는 게 있다. 국방부가 매년 만든다. 국방력과 관련된 통계가 있다. 우리가 보유한 무기(武器) 현황이 있고 북한의 무기 현황도 있다. 자연스레 남북한 비교표가 만들어진다. 대부분 우리가 북한보다 수적 열세다. 하지만, 이 자료가 심각하게 논의된 적은 많지 않다. 오히려 국방부의 부처 이기주의가 개입된 보고서라는 눈총을 받았다. ‘국방 예산을 더 받아내려고 국방부가 남북 군사 불균형을 부풀린다’는 시선이었다. ▶그랬던 국방백서가 요 며칠 절박하게 읽혔다. 언론이 버려뒀던 ‘2014 국방백서’ 속 수치를 끄집어내 앞다퉈 활자화했다. 야포-북한 8,600문 남한 5,600문, 다연장ㆍ방사포-북한 5,500문 남한 200문…(육군). 전투함정-북한 430여척 남한 110여척, 상륙함정-북한 260여척 남한 10여척…(해군). 전투임무기-북한 820대 남한 400대, 공중 기동기-북한 330여대 남한 50여대…(공군). 육ㆍ해ㆍ공 포함 병력-북한 120만여명 남한 63만여명. 거의 모든 항목에서 남한이 열세다. ▶잠수함 공포가 컸다. 국방부가 ‘북한 잠수함의 70%인 50여척이 우리 감시망에서 사라졌다’고 밝히면서다. 남북 접촉이 시작되던 시점이었다. 곧이어 북한 공기부양정 70척이 서해 고함포로 전진 배치됐다는 발표도 나왔다. 잠수함과 공기부양정을 이용한 아군 군함 타격, 특수전 병력 상륙 등의 섬뜩한 시나리오가 곳곳에서 뿌려졌다. 국방백서에 잡혀 있는 잠수함 통계는 북한 70척 남한 15척이다. ▶‘무기 성능은 우리가 월등하다.’ 남북 군사력 비교 때마다 등장하는 위로(?)다. 많은 전문가들이 ‘말도 안 된다’고 한다. 성능 우위가 보완할 수 있는 수량 열세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잠수함 위협이 그랬다. ‘북한 잠수함은 구형이라 1~3일에 한 번씩 수면에 떠올라야 한다’고들 했다. 그런데, 그 3일간 우리는 북한 잠수함을 완전히 놓쳤다. 전면전에서의 3일이 어떤 의미일까.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북한이 남침했다. 서울 방어선인 미아리가 북한 전차에 뚫린 것이 6월 28일 새벽 1시다. 3시간 부족한 3일이었다. ▶이제는 수적 열세도 극복해야 한다. 야포를 늘리고, 전투기를 늘리고, 잠수함을 늘려야 한다. 그러려면 예산이 필요한데…. 국방부는 ‘2016~2020 국방 중기계획’에서 전력증강을 위해 필요한 예산이 96조원이라고 했다. 기획재정부가 작성한 ‘2014~201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반영된 방위력 증강 예산은 66조원이다. 30조원의 차이가 있다. 서둘러 이 차이를 줄여야 한다. 이것이 5일간의 극한 대치에서 우리가 얻은 절박한 숙제다.

김종구 논설실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