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노래자랑’의 상징인 송해씨는 1970년대 제3한강교에서 아들이 교통사고로 숨지는 불행을 겪었다.
그래서 지금도 그는 제3한강교를 건너지 않는다. 그만큼 그에게 제3한강교는 가슴을 울리는 슬픈 이야기다. 그러나 한남대교로 이름을 바꿨지만 제3한강교는 경부고속도로와 서울 도심을 연결하는 귀중한 역할을 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강물은 흘러갑니다. 제3한강교 밑을….”
1970년대 혜은이가 불러 크게 히트한 것만 보아도 제3한강교가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이 다리의 하루 교통량 역시 20만5천여대. 그만큼 경부고속도로가 국가의 동맥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조기능을 다 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는 것이다.
로마가 망한 것을 두고는 여러 설이 있지만 로마가 2000년이나 대제국을 이룬 것의 가장 큰 힘이 도로였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로마의 도로는 로마를 출발하여 가야할 곳, 지배해야할 곳, 그 어디든 직선으로 뚫었고 그 길이가 3세기에 이미 8천500km나 되었다.
우리나라 서울-부산 경부고속도로의 20배나 긴 도로망을 가지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일찍이 ‘길은 로마로!(All roads lead to Rome!)’라는 말이 생겼다.
특히 로마의 도로는 로마군이 직접 건설했고 구간마다 공사책임자의 실명을 새겨놓아 그 책임과 명예를 동시에 부여했다. 이렇게 건설된 도로를 통해 모든 식민지의 물자가 올라갔고 로마의 통치가 이루어졌으며 전쟁 때는 신속한 군사행동이 가능했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의 중추신경역할을 하고 있는 경부고속도로가 과부하가 걸린 나머지 제 기능을 잃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비만으로 동맥경화에 걸린 것과 같다. 특히 휴가철이나 설^추석 명절, 연휴 때의 경부고속도로 정체는 경제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가져오고 있다.
그때마다 제2경부고속도로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실 이 때문에 2004년 제2경부고속도로의 구상이 시작됐고 2009년에는 타당성 조사가 이루어졌으며 세종시가 출범하면서 경기도 구리시와 세종시간 150km에 건설비 6조8천억원의 그림이 그려지기도 했다.
특히 세종시의 발족은 제2경부고속도로를 절실히 필요로 하게 되었고 세종시는 줄기차게 이를 추진했으나 지금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지난주부터 세종시는 이를 위해 서명운동에 돌입했고 경기도의 관계 지방자치단체가 호응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솔직히 이와 같은 세종시가 벌이는 서명운동을 보면서 측은한 생각이 든다. 지난 6월 세종시청 개청식 때 코앞에 있는 정부청사의 국무총리는 고사하고 장관 한 명 참석 않는 홀대를 보여 시민들을 실망시킨 것은 말할 것 없고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기 때문이다.
치열한 국제경쟁 시대, 서울과 세종시간 공무원들이 길에다 쏟아 붓는 시간과 돈, 메르스 사태 때 보여준 산더미처럼 쌓이는 비능률,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해 국회 분원이라도 세종시에 와야 한다는 소리도 허공을 맴돌고 있다.
어렵게 세종시에 거점을 마련한 서울대학병원의 진료팀도 처음 가졌던 ‘연구중심의 글로벌 병원’의 꿈을 접고 곧 철수할 예정이다.
세종시가 아무리 좋은 그림을 그려도 그것을 추진할 파워와 리더가 약하면 그것은 허상에 불과하다. 정부청사는 있어도 파워가 없는 세종시-세종시가 자꾸만 외로운 섬처럼 보이는 게 안타깝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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