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김과장은 왜 살인마가 됐을까?

박성웅·고아성 주연 ‘오피스’

왜 하필 회사일까?. 영화 <오피스> 의 무대는 회사다. 이 안에 구성원은 일만 하지 않는다.

시기하고 질투한다. 치열한 경쟁의 구도 속에서 타인을 짓밟고 우위에 서려는 욕망은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신앙이 통용되는 미시적 사회의 생존 원칙이다. 이것이 지니는 의미는 절대적이며, 또한 도덕적이다. 적어도 회사 안에서는. 이쯤 되면 스릴러, 공포 장르의 영화에서 은유적 살육의 무대로 회사만큼 적당한 공간도 없다.

영화 <오피스> 는 일상적인 사무실을 배경으로 가장 현실적인 공포를 그려내는 스릴러 영화다. 영화는 영업 2팀 김병국(배성우 分) 과장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는 우직하지만, 무기력한 인물이다. 융통성이 없고, 상사가 원하는 것, 갈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그저 일만 한다. 때문에 자연스레 회사 내 ‘왕따’가 된다. 그에게 회사는 창살 없는 감옥 이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 아내와 아들, 어머니까지 일가족 모두를 몰살한 뒤. 사건을 맡은 광역수사대 최종훈(박성웅 分) 형사는 병국을 추적하던 중 그가 살인을 저지른 뒤 회사에 출근했음을 CCTV로 확인한다. 문제는 그 이후의 행적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 종훈은 그의 살인의 이유에 회사가 있음을 직감하고, 회사 구성원을 중심으로 병국의 동기를 조사해간다.

김 과장과 가장 친밀하게 지냈던 직원은 인턴 이미례(고아성 分). 그녀는 지방대를 졸업하고 인턴으로 입사한 5개월 차 비정규직이다. 그리고 정규직이 되기 위해 악착같이 일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성과는 없다. 번번이 실수투성에 무시당하기 일쑤다. 회사 내 ‘미생’ 같은 존재다.

미례는 김 과장 사건으로 어수선하지만 정규직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업무에만 집중한다. 선배들의 무시와 핍박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낸다. 그러던 중 미국 대학 출신에 돋보이는 외모, 센스까지 겸비한 신다미(손수현 分)가 새 인턴으로 돌아온다. 정규직을 향한 미례의 꿈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영화 <오피스> 를 관통하는 하나의 질문은 ‘병국은 왜 살인을 저질렀는가’다. 서사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미스터리다. 종훈의 추리처럼 회사는 병국의 살인의 인과를 제공한다. 친족살인은 그 인과를 설명하는 부가적인 차원에서 인용됐다. 살인 후 회사로 출근(?)한 병국은 퇴근(?) 없이 회사에 머문다.

위계와 이성이 무너진 괴물의 존재는, 이합집산과 이전투구, 살인경쟁이 기능적으로 존재하는 회사 내 불안과 공포를 극대화한다. 부하직원에 온갖 폭언과 무시를 일삼으며 폭군으로 기생하는 부장 김상규(김의성 分)는 그래서 불안할 수밖에 없고, 업무보다 정치에 밝은 정재일(오대환 分)은 그래서 공포스럽다.

이 영화의 미덕은 일상을 공포로 시각화했다는 점이다. ‘내 집’에 대한 강한 욕망이 연쇄살인의 의지로 표출됐던 <숨바꼭질> (2013)과 또 다른 오피스 공포물이었던 <마녀> (2014)처럼 익숙하지만, 때론 낯선 일상 공간을 색다르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영화의 성취가 있다.

그럼에도, 이야기의 매무새가 견고하지 못하다는 점. 질문에 대한 답이 충분치 않았다는 점은 서사의 완성도를 의심케 한다. 미례 역할을 맡은 고아성의 연기는 일품이다. 나날이 일취월장이다. 9월 3일 개봉. 15세 관람가 등급.

박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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