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뢰 도발과 포격 도발로 남북이 대치하는 과정에서 주민대피시설이 얼마나 허술하게 관리됐는지 드러났다. 정부가 마련한 접경지역의 대피소가 턱없이 부족한데다 그나마도 안전 기준에 못 미치는 사례가 허다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성호 의원실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인구수 대비 주민대피시설 수용인원 수용률이 100%에 못 미치는 접경지역이 총 15개 지방자치단체 중 7곳에 달했다. 화천군(53.3%)이 가장 낮았고 고성군(60.8%), 강화군(75.9%), 인제군(76.6%), 양구군(81.1%), 연천군(91.1%), 옹진군(98.7%) 등도 100%에 미치지 못했다.
경기도에도 4천 곳이 넘는 주민대피소가 있지만 관리가 부실한 곳이 대부분이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국민안전처가 전국 시군구에 2만3천628개의 주민대피시설을 점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이를 지난 24, 25일 이틀간 점검하라고 지시해 이 또한 형식적인 것 아니냐며 탁상행정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방침은 점검 내용을 바탕으로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것인데 수원시만 해도 대피시설이 389개나 돼 이틀에 점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시군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기도에는 정부지원시설 76개, 공공용 지정시설 4천601개 등 총 4천677개의 대피시설이 있다. 각종 재난이나 전쟁 발생시 주민들은 국민행동요령에 따라 가까운 주민대피시설로 몸을 피하게 돼있다. 그러나 도심지역에 설치된 상당수 공공용 시설은 관리가 부실한데다, 주민들은 대피시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도심은 아파트나 상가 건물, 음식점 지하실 등이 대피시설로 지정돼 있는 곳이 많은데 상당수가 출입문으로 이어지는 통로에 물건을 적치해 출입이 어렵다. 아예 문을 잠가놓는 경우도 많다. 또 평상시 사용을 안 하다 보니 지하실에 습기와 곰팡이가 가득하고 잡동사니가 쌓여있기도 하다.
이렇게 엉망으로 방치되는 것은 정부가 지은 263개 대피소 외에는 명확한 관리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공공용 대피시설은 면적이 60m² 이상에다 방송 청취만 가능하면 된다. 하지만 지하철역, 관공서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민간시설이라 비상 구호품을 갖추거나 공간을 쾌적하게 유지하도록 강제할 방법이 없다.
당장은 일촉즉발의 군사적 충돌 위기에서 벗어나 화해 무드로 전환된 듯하지만 언제 비상사태가 발생할지 모르는 게 남북 관계다. 이 기회에 주민대피시설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함께 관리ㆍ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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