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명소 만든다더니… ‘수원 한옥촉진 구역’ 주택·원룸만 가득

땅값 많이 올라 수요 저조 1년 넘도록 한옥 건립 5채뿐 다세대 주택촌 변모 경관훼손

▲ 수원시가 신풍동, 장안동 등 수원화성 주변에 추진중인 한옥촉진 특별구역이 비싼 토지값 등으로 한옥을 짓는이가 거의 없어 ‘한옥 없는 마을’로 전락하고 있다. 김시범기자

민간 한옥을 활성화해 관광지로 개발·추진중인 수원시 촉진 특별구역이 다세대 주택과 원룸 등으로 ‘한옥 없는 마을’로 전락하고 있다.

30일 수원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3월 수원 화성과 연계해 팔달구 신풍동, 장안동 일대(16만5천495㎡)에 한옥촉진 특별건축구역을 지정했다. 이 지역에 한옥을 지을 경우 건축 연면적에 따라 시가 공사 비용 50% 안의 범위에서 8천만원에서 최대 1억5천만원까지 건축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또 시는 현행 건축법상 한옥에 대한 높이제한, 건폐율, 대지안의 조경 등을 완화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원에도 불구, 전주 한옥마을과 같이 관광 명소로 개발한다던 이 지역이 오히려 원룸과 다세대 주택촌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9일 오후 2시께 한옥촉진지역으로 지정된 신풍동, 장안동 일대는 주말을 맞아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로 붐볐다. 장안사거리에서 한옥촉진지역까지 생활도로 조성공사(길이 375m·폭 6.5m)가 한창이었지만 길 가장자리에는 다세대 주택들이 눈에 띄었다.

지상 3층 주택부터 4층 높이의 다세대 주택 10여채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또 주변 한옥과 어울리지 않는 원룸 건물(지상 5층·12가구)에는 ‘원룸 임대’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어 주변 한옥 경관을 해치고 있었다.

더구나 지상 5층 높이에 한 건물은 낡은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람이 불면 흔들릴 정도로 추락 위험이 상존해 있었다. 주민 H씨(61·여)는 “두달 전에도 한옥 지역 바로 옆에 원룸이 신축됐고, 한옥 지역에 다세대 주택이 많이 있다”면서 “한옥 경관은 물론이고 쓰레기 무단 투기로 골치만 앓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시는 별다른 대처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수원시 한옥지원조례가 강제성이 없는 단순한 지원만을 위해 마련된 탓에 개인들의 재산권 행사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3.3㎡당 500여만원하던 토지 값이 최대 800여만원까지 오르면서 한옥을 짓겠다는 수요가 저조한 실정, 실제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건립된 한옥은 5채에 불과한 수준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한옥을 짓겠다는 민원은 많이 들어오지만 비싼 땅값으로 쉽게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꾸준한 홍보와 관리를 통해 수원의 새로운 관광지로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영국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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