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곽 주변엔 담배꽁초·쓰레기 수북 산악자전거·오토바이로 등산로 훼손 市 관리예산은 3년째 1천350만원 ‘경기도 자랑’ 문화재 흉물로 전락
백제시대 대표 유적지 오산 독산성이 무관심 속에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30일 오후 1시께 오산시 양산동에 있는 국가 사적 제140호 독산성과 세마대지(3만7천269㎡)에는 온갖 잡풀들이 등산로와 일부 성곽을 점령, 이곳을 찾는 등산객의 얼굴에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풀들이 무성해 등산객들이 손으로 풀을 헤치며 힘겹게 이곳을 지나고 있었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온 학부모 K씨(37·여)는 “국가지정 문화재가 어떻게 이렇게 방치될 수 있느냐”며 “경기도의 자랑으로 불리는 독산성이 잡초산성으로 전락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곳은 문화재보호법상 흡연 금지구역으로 적발 시 최대 10만원의 과태료 처벌이 내려진다. 하지만 일부 등산객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흡연을 즐기고 있었고 수많은 담배꽁초가 성곽 곳곳에 버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를 관리하는 인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 화재 방지를 위해 비치된 소화기는 언제 점검이 이뤄졌는지 점검 날짜조차 알 수 없었고 거미줄과 먼지가 쌓인 채 정상 압력게이지를 넘어서 사용이 어려운 소화기도 있었다.
또 용도를 알 수 없는 목책이 등산로에 덩그러니 방치돼 미관을 해치고 있었으며, 일부 등산객의 산악자전거와 산악오토바이는 등산로를 훼손하고 등산객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었다.
오산시에 따르면 독산성과 세마대지 관리 예산은 지난 2012년부터 3년째 1천350만원에 불과하다. 관리인 1명의 인건비인 셈이다. 국가지정문화재 상당수가 관리인이 상주하는 관리사무소가 설치,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고 있지만 독산성은 예산 부족으로 관리사무소 없이 방치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시 관계자는 “별도의 정부 지원도 없고 오산시 재정도 어려워 힘든 상황”이라며 “관리인을 통해 적극적인 계도조치를 시행하고 예산을 추가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국가가 지정한 문화재인 만큼 관리하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조병로 경기대 사학과 교수는 “경기도 대표 유적지의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것은 선조의 얼을 짓밟는 것”이라며 “예산 확대 편성, 관리인 상주, 적극적인 계도조치 등으로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켜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백제시대 축성된 사적 제140호 독산성과 세마대지는 연장 1천100여m의 고성으로 임진왜란 때 권율 장군이 산 정상에서 백마에 쌀을 끼얹어 물이 풍부한 것처럼 왜군을 속여 퇴각시켰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이영웅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