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고였다.
척박한 환경에서 아무런 문명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쓰러움에 눈물이 고였다. 눈물이 흘렀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아무런 문명의 혜택을 보지 못하면서도, 해맑게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네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고마움에 눈물이 흘렀다. 월드비전과 함께했던 7박8일간의 아프리카 우간다 방문은 그렇게 가슴을 저미는 ‘행복’한 눈물을 선물받았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모두가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찾았던 우간다. 그곳에서 우리는 ‘행복’을 배웠다.
쌍둥이 데릭과 에릭
우간다 동부지역 음발레에서 만난 쌍둥이 데릭(5)과 에릭(5), 키사(2)는 하루에 한 끼도 채 먹지 못하는 상태였다. 어머니는 가난을 견디다 못해 지난 4월 집을 나갔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아버지는 사고로 한쪽 다리를 심하게 다쳐 제대로 된 일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저 마을 내 허드렛일을 도우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었지만 최근 우기가 다가오면서 이 허드렛일마저 끊겨 아예 수입이 없는 상태였다.
현지 월드비전 직원인 로날드 오그오크씨는 “(아이들)아버지가 허드렛일을 하며 하루 1달러에서 2달러 정도 벌었지만, 그마저도 최근에는 일감이 없는 상태”라면서 “식사도 잘하지 못하는데다 생활환경이 좋지 않아 아이들이 열병이나 말라리아 등에 쉽게 노출돼 아픈 상태”라고 전했다.
이들은 방문 당시에도 마당 한편에 불을 피워두고 어른 손바닥 만한 조그만 냄비 안에 얌(감자와 같은 구황작물)을 쪄내고 있었다. 아이들은 아무것도 없는 황토 바닥 위에 앉아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에 월드비전과 후원자들은 이날 데릭과 에릭, 그리고 키사를 위해 돼지 한 마리와 각종 생활용품 등을 선물했다. 돼지를 선물한 이유는 몸이 불편한 아버지가 돼지를 키워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였다. 이 돼지는 월드비전이 진행 중인 글로벌 친구 맺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수원 영신여고 최승원 학생(18), 그리고 후원자들이 십시일반 모은 성금으로 구입해 선물했다.
장경애 영신여고 교장은 “그동안 형편이 어려운 제3세계의 아이들을 우리 어른들이 도왔다면, 이제는 학생들이 ‘나보다 어려운 친구’, ‘나보다 어려운 동생’을 위해 도움을 주고, 또 그 도움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친구 맺기
월드비전은 월 3만원의 나눔으로 지구촌 한 아이에게는 행복을, 또 다른 아이에게는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 주는 ‘글로벌 친구 맺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신재권 월드비전 경기지역본부장은 “우리 아이들에게 형편이 어려운 친구 또는 동생과 편지로 교류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글로벌 친구 맺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면서 “학원과 시험, 수업에 찌든 우리 학생들에게 유년기의 특별한 경험, 그리고 참된 인성을 가르쳐 줄 기회”라고 말했다.
글로벌 친구맺기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중동, 동유럽, 중남미 등 전 세계 47개 나라의 아이들과 친구가 될 수 있도록 한다. 직접 영어로 편지를 쓸 수도 있고, 한글로 써도 월드비전 번역 봉사자들이 번역을 통해 먼 곳의 친구(또는 동생)에게 전해준다. 그리고 그 친구의 마을에 학교가 생기고, 식수 펌프를 통해 깨끗한 물이 공급되는 변화도 함께 지켜볼 수 있다.
고사리 손으로 만든 기적
시흥 모아유치원은 몇 년 전부터 아이들의 인성교육 등을 위해 월드비전에 매달 일정액을 기부하고 있다. 아프리카 아이들의 가정에 후원하는 기부 금액이 더 많이 모인 달에는 별도 통장에 저축했다. 그리고 그렇게 모은 수천만원으로 우간다에 우물 등 식수시설을 설치했다.
임민순 모아유치원 원장은 “아프리카의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자 시작한 일이고 추가로 모인 돈은 매달 그리 많지 않았지만, 그 돈을 꾸준히 모으자 아프리카에 우물을 팔 수 있을 정도로 큰돈이 됐다”면서 “앞으로도 아동 결연사업 외에도 식수시설 설치, 학교개선사업 등에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모아유치원의 이 같은 행보가 입소문을 타면서 김포 보아유치원 등 도내 다른 유치원들도 식수시설 설치 등의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나눔의 바이러스, 행복의 바이러스가 널리 퍼지는 것이다.
배고픔이 만들어낸 깨끗한 물
지난해 7월23일 화성에서는 2014 기아체험 화성캠프가 1천500여명의 청소년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다.
1박2일 동안 청소년 스스로 ‘기아체험’을 하며 배고픔과의 사투를 벌였고, 이를 통해 음식의 소중함과 아프리카 등 제3세계 아이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자리가 됐다.
특히 세계시민교육으로 의식 함양과 지구촌의 가난과 빈곤 현장 이야기와 동영상으로 전해 들으며 잠시나마 배고픔에 굶주린 아프리카 아이들의 마음을 느껴보는 자리도 됐다.
기아체험을 성공리(?)에 끝마친 청소년들은 십시일반 모은 성금 3천44만원을 월드비전 경기지부에 전달했다. 그리고 이 성금은 우간다 등 아프리카에서 식수개발 자금으로 사용됐다. 실제 우리 청소년들이 도움을 준 우간다 동부지역 음발레의 한 마을에서는 우물이 개발되면서 식수와 생활용수 부족 문제는 물론, 황토와 물을 이용해 벽돌을 만들어 수익을 얻게 해주고 있었다.
올해 역시 지난 29일 기아체험을 실시, 1천600명과 NH농협, MG새마을금고 후원금 4천여만원이 모였다. 이 돈은 에티오피아 식수시설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인섭 화성시자원봉사센터 전 이사장은 “앞으로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도 함께 기아체험을 하고 아프리카 등 제3세계 아이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자리로 만들 것”이라며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의 의미를 깨닫게 해줄 수 있도록 변화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월드비전(World Vision)은?
월드비전은 전 세계 100여개 나라에서 1억명의 지구촌 이웃을 위해 구호 및 개발, 옹호사업을 진행하는 국제구호개발 NGO다.
한국전쟁 당시 설립된 월드비전은 목사이자 종군기자였던 밥 피어스가 전쟁통에 거리에서 죽어나가는 어린 생명을 돌보고자 시작됐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 1991년 월드비전의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의 역사적 전환을 이뤄냈으며, ‘사랑의 빵’, ‘기아체험 24시간’등의 자체적 모금활동을 통해 국내 어린이뿐 아니라, 제3세계 어린이와 북한의 어린이까지 돕고 있다.
2015년 현재 국내에서는 전국 11개 도시에서 종합사회복지관을 운영하고, 국내 긴급구호 물자를 지원하는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북한에서는 양강도, 대홍단 4개 지역에 씨감자 생산시설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 전 세계 33개국 129개 지역에서 대단위 지역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1대 1 아동후원, 식수 및 보건위생, 농업개발, 교육 및 주민역량강화, 에이즈 예방사업 등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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