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푸드트럭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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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 레스토랑의 셰프인 칼 캐스퍼는 유명음식평론가가 온다는 말에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이려 하지만 사장의 지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기존 메뉴를 내놓으면서 평론가의 혹평을 받게 된다. 칼은 홧김에 평론가에게 트위터로 욕설을 날리고, 이들의 ‘썰전’은 온라인 핫이슈가 된다.

결국 그는 레스토랑을 그만두고, 쿠바 샌드위치 푸드트럭에 도전한다. 칼의 푸드트럭은 어린 아들과 마이애미, 텍사스, 뉴올리언스 등 미국 전역을 돌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셰프의 명성도 되찾는다. 재미있게 봤던 영화 ‘아메리칸 셰프(Chef)’의 줄거리다.

외국여행을 하다 보면 세계 곳곳에서 푸드트럭을 만나게 된다. 노천 레스토랑 못지않게 야외에서 맛있는 음식과 음료를 맛보며 여유로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어느 지역에선 푸드트럭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하고, 하나의 관광포인트로 자리 잡은 핫한 푸드트럭을 소개해주는 ‘잇 푸드트럭’이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전 세계가 푸드트럭 열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8일 경기도의 창업자금 지원을 받은 ‘굿모닝 푸드트럭’ 청년 창업 1호점이 안산시에 탄생했다. 고잔동에 위치한 시립체육시설인 호수테스니장에 개업한 푸드트럭의 이름은 ‘입가심(IPGGASIM)’이다.

창업 1호점의 주인공 김수진씨(27)는 안산에 거주하는 청년 창업자로 체육학과 졸업 후 스키강사와 운동처방사로 일하다가 쉬던 중에 경기도의 푸드트럭 창업상담회 참석을 계기로 창업을 하게 됐다. 도는 김수진씨에게 1%대 금리로 창업자금을 지원해줬고, 안산시 등과 함께 장소 선정 작업도 도왔다.

지난해 7월 푸드트럭이 합법화됐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규제개혁 가운데 하나로 6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전국적으로 허가받은 푸드트럭은 33대에 불과하다. 지정된 장소에서 한정된 음식만 팔다보니 장사가 안되는 것이다. 이에 경기도에서도 박물관, 미술관, 공공청사 등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푸드트럭 영업장소를 확대해 달라는 건의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외국의 푸드트럭은 원하는 곳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푸드트럭은 ‘정해진 장소 외에는 영업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멈춰 서 있다. ‘트럭’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푸드트럭의 네 바퀴를 굴러가게 할 대책이 필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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