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왜 교회는 사회교리를 중시하는가

우리 교회는 요즘 들어서 사회교리를 신자들에게 가르치고자 노력합니다. 특히 신앙을 갖고자 성당의 문을 두드리는 예비신자들에게 교리 공부의 필수 과목으로 넣고 있습니다. 사회교리란 하느님께서 진정으로 바라시는 인간사회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교회는 공동선이란 제목으로 사회에 특히 지도자의 길을 가고 있는 이들에게 동참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의 지도자들에겐 버거운 정신 자세이고 때론 불가능하게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요즘 영화가에서 한창 인기리에 상영되고 있는 “베테랑”이란 영화를 보면 대기업주들에게는 사회를 향한 도덕이나 윤리 등은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의지는 없고 오로지 경제성장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을 봅니다.

그러다 보니 재벌 2세들에게 와서는 인간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 윤리 도덕도 없어서 자기 밑에 있는 사람들에게 인간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무지막지한 행동을 하는가 하면 기업 밑에서 종사하는 협력자들에게는 글로서도 어떻게 설명할 수 없는 짓거리를 대놓고 하는 장면을 지겹도록 보게 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강의를 통해서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미국 하버드 대학의 정치 철학자인 마이클 샌델 교수는 인간이 가야 할 방향을 올바르게 제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란 책(안기순 옮김)에 기고된 2012년 강의 중에, 특히 ‘시장은 어떻게 도덕을 밀어 내는가’라는 항목에서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것 중 인간 생명과 같은 신장(腎臟)과 아름다움의 표징인 성(性), 그 세대를 이끌어 가는 지도그룹에게 필요한 학위(學位)까지도 돈으로 거래가 되는 세상이 도덕적으로 불미스럽지 않은가 라고 반문합니다.

이렇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물질 만능사회에 우리 교회도 크고 작게 오염되었음을 봅니다.

지난 해 우리 교회의 큰 어른이신 프란치스코교황이 오신 것은 우리나라를 위해서라기보다 바로 우리 교회가 가야 할 자세를 올바르게 제시하기 위해서임을 봅니다. 즉 자기 혁신이 없는 교회는 병든 육체와 같다고 하시면서 성직자는 정신적 영적 동맥경화에 걸렸다고 개탄하셨습니다.

우리나라가 마침 세월호의 아픔을 겪고 있던 때라서 그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바로 이것이 경제지상주의에 빠져있는 한 사건임을 직시하시고 이들과 함께 방문 중에 어디서나 아픔을 나누셨음을 봅니다.

우리 교회 공동체가 영원한 세상을 향한 신앙 여정을 가는 것이 가장 큰 삶의 목표이지만 또한 함께 중요한 것은 우리 교회가 인간 공동체가 어떻게 살아야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가에 대한 초점을 맞춰 가는 길이 바로 사회교리입니다.

제가 아는 어느 학자는 미래 세상을 위해 어떻게 인간답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제목으로 모임을 갖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사실 앞으로 우리 인간은 인조인간의 무리 속에서 살게 될 것이 자명하기에 이에 따르는 도덕의 원칙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라고 고민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회교리란 인간됨됨이를 향한 외침입니다.

최재용 신부·천주교 수원교구 원로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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