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기 넘도록 바다 지켜온 ‘한결같은 빛’

인천 팔미도 등대

▲ 팔미도 등대

인천항에서 남쪽으로 15.7㎞ 떨어진 섬 팔미도.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은 팔미도를 서울 진출의 필수 거점으로 삼아 등대를 설치하고 한반도 침탈에 나섰다. 물론 뼈아픈 역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1950년 9월15일 새벽불을 밝힌 팔미도 등대는 한국전쟁 당시 맥아더 장군이 이끄는 인천상륙작전에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한 마디로 팔미도등대는 우리 민족의 빛과 그늘을 함께 해 온 역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한 세기 넘게 우리 민족의 질곡과 환희의 역사를 증언해온 팔미도를 찾아 가보자.

▲ 유람선이 통과하는 인천대교

■ 팔미도 가는길

팔미도(八尾島)는 사주(沙洲)로 연결된 두 섬이 마치 여덟팔(八) 자 꼬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섬 자체도 아름답지만, 우리나라 최초로 불을 밝힌 팔미도등대가 있어 더욱 의미 깊다. 팔미도등대는 1903년 4월 만들어졌으며, 같은 해 6월1일 첫 불을 켰다. 현재는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제 40호로 그 자리에 보존된다.

지금 바다를 비추는 등대는 2003년 12월에 새로 만들었다. 등탑 높이 26m에 회전식 등명기가 50㎞까지 비추며, 10초에 한 번씩 빛을 발한다. 등대 외에도 전망대와 디오라마 영상관, 100주년 기념 상징 조형물 ‘천년의 빛’, 위성항법보정시스템(DGPS) 기준국 시설과 첨단 장비를 갖췄다.

팔미도등대 여행은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시작한다. 유람선이 연안부두와 팔미도 사이를 왕복 운항하는데, 약 45분이 걸린다. 팔미도를 오가는 시간을 포함해서 등대여행에 2시간30분 정도 잡으면 된다. 뱃길은 지루하지 않다.

배와 함께 출발한 갈매기가 팔미도에 닿을 때까지 따라온다. 모두 새우깡 맛에 길들여진 갈매기다. 과자 하나를 손에 쥐고 있으면 잽싸게 날아와 부리로 낚아챈다.

 

▲ 천년의 빛 조형물

인천대교도 통과한다. 바다를 가로질러 끝없이 이어진 다리가 장관이다. 총 연장 21.38㎞에 달하는 인천대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다리다. 배가 통과하는 주탑 높이가 238.5m인데, 이는 63빌딩 높이에 육박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진도 7의 지진과 초속 72m 강풍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갖춘 인천대교는 2005년 영국 건설 전문지 ‘컨스트럭션 뉴스’가 ‘세계 10대 경이로운 건설 프로젝트’로 꼽기도 했다.

■ 우리나라 이정표 팔미도등대

팔미도에 도착하면 문화해설사가 섬을 한 바퀴 돌며 등대와 섬에 대해 설명해준다. 문화해설사를 따라 등대와 섬을 돌아볼 수 있고, 혼자서 여행해도 된다. 선착장에서 등대가 있는 정상까지 10여 분 걸린다.

가는 도중에 팔미도등대와 인천 상륙작전에 참가한 연합군이 작전을 수행하는 모습이 그려진 벽화를 볼 수 있다. 팔미도는 한국전쟁 인천 상륙작전 때 큰 역할을 했다.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려면 월미도에 진입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인천항으로 들어가는 길목을 비추는 팔미도등대부터 점령해야 했다.

▲ 팔미도 둘레길

맥아더 사령부는 ‘켈로 부대’로 알려진 대원들을 투입한다. 이들의 임무는 9월14일 자정에 등대를 밝히는 것. 켈로부대원들은 각고의 어려움 끝에 9월14일 밤, 팔미도에 숨어 들어 등대를 점령하고 불을 밝힌다. 연합군은 팔미도 해역에 집결할 수 있었고, 상륙작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

등대로 가는 길에 작고 아담한 건물이 있다. 옛 등대 사무실을 보존한 것이다. 10~13㎡ 규모의 방에 당시 사용하던 다양한 장비와 등대지기 마네킹이 있다. 이를 지나면 곧 ‘천년의 빛’ 조형물이 나온다. 팔미도등대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가운데 등대 모양 조형물이 있고, 그 주위로 빛기둥 100개가 하늘을 향해 뻗어간다. 앞으로 다가올 천년동안 팔미도등대가 변함없이 우리나라의 이정표가 되길 염원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천년의 빛 조형물을 지나면 곧이어 등대 두 개가 나타난다. 왼쪽에 작은 것이 ‘원조’ 팔미도등대다. 7.9m로 2~3층 높이에 불과하다.

옛 등대 뒤로 새 등대가 있다. 옛 등대는 100년 동안 바다를 비추다가 2003년 새 등대에 임무를 넘겨주고 은퇴했다. 새 등대 건물 1층에는 팔미도등대역사관인 디오라마 영상관이 있다. 팔미도등대 탈환 당시 상황과 인천 상륙작전을 재현했다. 4층 하늘정원 전망대에서는 광활한 서해를 굽어볼 수 있다.

맑은 날이면 실미도와 무의도를 비롯해 자월도, 영종도 등 서해에 있는 섬이 손에 잡힐 듯 바라보인다. 산책 삼아 둘레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울창한 소사나무 숲 사이로 오솔길이 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걷다 보면 몸과 마음에 상쾌해진다.

조성필기자

자료사진=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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