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전·직진 동시차로 ‘주먹이 운다’… 운전자 ‘다툼지대’

직진차량 신호대기… 우회전 차량 ‘빵빵’ 우회전 차량들 대기땐 직진차량 “비켜라”

서구 공촌사거리 등 일부 교차로 ‘악명’ 마지막 차로 직진 추가 화근 ‘불편한 동거’

“조금만 서로 양보하면 될 일인데, 주먹다짐으로까지 번진다니까요.”

인천시 서구 검암동에 사는 A씨(33·여)는 최근 퇴근길에 도로변에서 겪은 다툼만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치밀어오른다. A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서구 공촌동 공촌사거리 4차선에서 직진신호를 기다리다 뒤따라 오던 택시운전자와 심한 말다툼을 벌였다.

교차로 4차로에서 직진 신호를 기다리던 A씨는 뒤따라 오던 택시운전사가 ‘우회전하려는데 비겨주지 않는다’며 경적을 마구 울리고, 상향등까지 켜는 등 거칠게 나왔기 때문이다.

차에서 내린 A씨는 택시운전사와 말다툼까지 벌였고,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말다툼이 마무리됐다. A씨는 “직진할 수 있는 4차로여서 직진 신호를 기다리는 게 당연한데, 우회전 차들은 (나보고) 비키라고 난리를 친다”면서 “차선 바닥에도 분명히 직진 표시가 있는데도, 너무 (우회전 차량의) 횡포가 심하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인 경우도 있다. 부평구에 사는 B씨(32)는 부평대로를 달리다 보면 우회전 차로에 버티고 있는 차량 때문에 속이 터진다. 우회전은 사실 횡단보도 신호만 조심하고 지나면 되는데, 직진 신호로 바뀔 때까지 2~3분은 기다려야 하는데다 우회전 직후 횡단보도 신호까지 걸리기 때문이다.

B씨는 “조금만 비켜주면 (우회전하러) 지나갈 수 있는데도 못 들은 척 버티는 일부 운전자의 행태에 화가 난다”며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될 일인데 그렇지 않다 보니 일이 더 크게 빚어진다”고 말했다.

최근 인천지역 교차로 내 우측 마지막 차로가 직진 및 우회전이 동시에 가능한 곳이 늘어나면서 운전자 간 다툼이 잦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7일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지하철 2호선 막바지 공사 여파로 차선이 좁아 주민의 민원이 빗발치자 기존 우회전 전용 차선이 직진 겸용 차선으로 변경됐다.

이후 출퇴근 시간대 직진 차량과 우회전 차량 간 다툼이 빈발하고 있다. 대부분 운전자 간 짧게 다투는데 그치거나, 현장에 나가 있는 교통경찰관이 해결하는 수준이지만, 차선 변경 이후 운전자 간 다툼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직진과 우회전이 모두 가능한 표시나 우회전 전용 등의 표시가 도로 바닥에만 되어 있어 운전자 간 다툼을 더욱 잦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지자체 등과 협조해 교차로에 마지막 차로가 직진·우회전 동시 차로인지, 우회전 전용인지 등을 나타낼 수 있는 표지판 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운전자 간 양보의식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양광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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