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안평대군의 몽유도원도와 세종시

요즘 세종시에서 가장 인기있는 것은 복숭아다. 특히 ‘조치원 복숭아’로 널리 알려진 황도는 그 맛이 비길 데 없다. 그 맛도 맛이지만 생김새와 색깔이 정말 유혹적이다.

그래서일까. 복숭아의 ‘도(桃)’는 여색(女色)을 뜻하기도 하고, 복숭아밭을 뜻하는 도원(桃源)은 인류가 추구하는 이상향을 뜻하는 등 두 가지 다소 상반된 상징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중국의 고전 삼국지에 나오는 ‘도원결의(桃園結義)’는 이상향 건설을 꿈꾸는 유비, 관우, 장비가 복숭아밭에서 형제의 결의를 다지는 것을 뜻한다.

세종대왕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이 1447년 봄날, 꿈을 꾼 복숭아밭의 황홀한 모습 역시 그가 그리는 이상향이었다. 형 수양대군의 위협 속에 살아야 하는 안평대군으로서는 아주 절실한 파라다이스가 복숭아밭의 꿈으로 나타났을 것이다. 꿈에서 깨어난 안평대군은 당대 최고의 화가 안견(安堅)을 불러 꿈 이야기를 하고 그림으로 그리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된 것이 그 유명한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그림은 전란 속에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의 구보가 되어 덴리대학교가 소유하고 있다. 결국 안평대군은 이 그림이 그려진 지 6년 후 수양대군에 의해 유배지 교동도에서 사약을 받고 쓸쓸히 죽어야 했다.

그렇게 복숭아밭을 파라다이스로 꿈꾸던 안평대군이 지금 복숭아가 한창인 세종시에 나타난다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세종시가 탄생한 것은 시행착오를 거듭해온 이 나라 도시 건설에서 완전히 탈피하여 백지 상태에서 가장 쾌적한 이상적 도시를 만들자는 것에서 출발했다. 행정수도를 기존의 도시로 옮기는 작업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땅에서 시작한 것도 그런 뜻에서다.

이와 같은 야심적 도시건설의 꿈은 우리나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브라질은 수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무려 900km나 멀리 떨어져 있는 해발 1천100m의 황량한 고원지대 브라질리아에 신도시를 건설했다.

한동안 끊임없는 저항에 직면했으나 브라질리아는 날아가는 제트기 모양으로 도시 모형을 정하고 건물의 대칭성까지 도시의 전체적 조화를 이뤄냈다. 가장 아름다운 건물, 가장 아름다운 광장, 가장 아름다운 산책로,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도로망… 1987년 유네스코는 고대도시가 아닌 현대도시 임에도 브라질리아 도시 전체를 인류문화재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말레이시아 역시 외과의사 출신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의 강력한 지도력 아래 백지상태의 푸트라자야에 신행정수도를 건설하는데 성공했다. 예쁘고 아름다운 정부청사, 웅장한 이슬람의 모스크사원, 아름다운 호수… 그래서 지금 푸트라자야는 말레이시아 현대화의 아버지라 일컫는 마하티르의 또 하나의 세계적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세종시는 어떤가? 이에 대해 이충재 행복도시건설청장은 브라질리아나 푸트라자야는 물론 일찍 수도를 옮긴 호주 캔버라에 비해서도 세종시가 월등히 요건이 좋다고 말한다. 오히려 세종시가 인근 대전, 수원, 전주 등을 1시간대 가까이 끼고 있는 것이 도시발전의 에너지가 될 수 있고 브라질리아나 푸트라자야를 능가하는 세계적 명품도시를 건설할 수 있다고 이청장은 열정을 나타낸다.

이번에 발표한 세종시 내의 유럽형 단독주택단지를 위한 토지공급을 실시키로 한 것도 말하자면 그런 아름다운 명품도시의 그림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유럽형, 한옥형… 이런 다양하고 새로운 주택패러다임을 선보이는 것, 그래서 세계도시건설 마케팅에도 성공을 하겠다는 것이다.

아버지 세종 임금을 딴 세종시-그 복숭아밭 꿈이 펼쳐진다면 이 역시 대한민국의 국격이 세계적으로 업그레이드 되는 것이 아닐까.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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