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고등학교 졸업생 5명 타임캡슐 꺼내던 날
“선생님! 여기 있습니다. 드디어 찾았습니다”
13일 오후 1시께 군포시 금정동 군포고등학교 졸업생 5명(7기생 4명, 15기생 1명)이 삽과 호미로 땅을 파다가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이날은 군포고 졸업생 7기와 15기 두 기수 졸업생이 각각 20년과 12년 만에 같은 곳에 묻은 타임캡슐을 꺼내는 날이다.
타임캡슐을 찾고자 졸업생과 교사가 삽과 호미를 동원해 40분 가까이 땅을 팠다. 아무리 땅을 파도 타임캡슐이 나오지 않자 불안해진 박군웅 교사(54)는 ‘분명히 이곳이 맞는데…’라고 혼잣말하며 직접 삽을 들고 다른 땅까지 팠다. 그러던 중 찾았다는 한 졸업생의 외침에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먼저 개봉한 것은 7기생의 타임캡슐. 박 교사는 20년 전인 1995년에 군포고에서 처음으로 1학년 담임을 맡았는데 학생들이 꿈과 장래에 대해 고민이 부족하다고 여겨 20년 뒤 자신에게 손 편지를 쓰자고 학생들에게 제안했다. 학생들이 흔쾌히 응하자 박 교사는 학생들의 편지를 모아 제습제와 함께 비닐봉지에 넣고 테이프로 동봉한 채 학교 뒤뜰에 묻었다.
7기 졸업생들은 20년의 세월이 지나 어느덧 30대 후반의 아저씨가 돼 있었지만, 이날만큼은 그날의 학생 시절로 돌아간 듯 흥분과 설렘을 감추지 못한 채 편지가 담긴 비닐봉지를 개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각자 자신들이 쓴 편지를 찾아나갔다.
20년의 오랜 시간을 방증하듯 편지들은 바짝 말라붙어 있었다. 그래도 글씨는 선명하게 보였다. ‘순진하고 착하고 성실하기만 한 1학년 3반 여러분, 현실에 만족하지 말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가를 다시 한번 살펴보세요. 1995년 8월 24일 박군웅 선생님’이란 박 교사의 편지가 놓여 있었다.
7기 졸업생 나홍식씨(37)는 “그 당시 건축과로 진학해 인테리어 관련 일을 하겠다고 기록했는데 20년 뒤 지금 정말 실내 건축 디자인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며 “이게 다 선생님 덕분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15기 졸업생의 타임캡슐은 다행히 7기 졸업생의 타임캡슐보다 보관상태가 양호했다. 항아리에 잘 담긴 여고생들의 편지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자 7기 졸업생들도 덩달아 환호성을 질렀다.
박 교사는 “사랑하는 제자들을 이렇게 다시 만나게 돼 기쁘다”며 “함께하지 못한 제자들도 꼭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영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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