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대한민국 독서대전
‘유네스코 2015 세계 책의 수도’ 인천이 독서의 계절인 가을, 책에 푹 빠졌다.
인천시는 지난 18∼20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2015 대한민국 독서대전’을 개최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독서대전은 국내 유명 출판사가 대부분 참여하는 전국 규모의 독서박람회로 인천에서 열리기는 처음이다.
특히 인천이 올해 유네스코의 ‘세계 책의 수도’로 지정된 것을 기념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인천 독서대전은 어린이를 위한 동화와 퍼즐, 청소년들의 꿈과 미래를 열어줄 작가들과의 만남, 여유를 잊고 사는 어른을 위한 고전과 인문학까지 책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축전이었다.
인천에서 열린 2015 대한민국 독서대전을 찾은 어린이 관람객들이 책 속 캐릭터 모양으로 책갈피와 열쇠고리 등을 만들고 있다.
■ 책, 동심(童心)과 만나다.
20일 종합문화예술회관 광장 독서대전 한마당을 찾은 엄마와 갈래머리 어린 소녀가 그림책 구경에 여념이 없다. 어린 소녀는 충치 때문에 고생하는 우스꽝스러운 표정의 사자가 그려진 동화책을 보고 손뼉을 치며 웃음 짓는다.
어여쁜 공주님 그림이 그려져 있는 소꿉놀이 퍼즐 앞에서는 갖고 싶은 듯 엄마의 손을 앞뒤로 흔들며 애교를 부린다. 엄마는 못 이기는 척 어린 소녀의 품에 그림책 한 권과 퍼즐을 안겨준다.
광장 한편에는 인천지역 도서관들이 마련한 체험부스가 줄지어 있다. 어린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열심히 색칠을 하면서 책갈피를 만든다. 또래 친구가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들도 부러운지 ‘나도 책갈피 만들고 싶다’면서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알록달록 책갈피가 완성되자 만족스러운 듯 함박웃음을 짓는다. 또 다른 아이들은 책 속의 캐릭터 모양을 본떠 오밀조밀 열쇠고리도 만들고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책도 만드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독서대전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 해도 어린이들이다.
인천 독서대전에는 하나뿐인 나만의 책 만들기, 장서인&책갈피 만들기, 내 인생의 책 한 장면 만들기, 책 속 캐릭터로 클레이 오르골 만들기, ‘손바닥에 쏙! 미니북(Mini Book)’ 만들기, 종이접기, 책표지로 만화경 만들기 등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누렸다.
어린 딸과 함께 독서대전을 찾은 이현주씨(36·여·남구 관교동)는 “아이가 직접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볼 수도 있고 다양한 책들을 비교할 수도 있어서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체험프로그램 외에도 ‘분홍 토끼의 추석’ 작가인 김미혜 동화작가의 독서캠프에서는 어린이와 함께 온 가족들을 대상으로 작가가 들려주는 추석이야기, 우리 가락에 맞춰 추석 시 쓰기, 인형극, 동화구연 등 다채로운 행사들이 마련됐다. 또 영어동화를 들려주는 ‘책 읽어주는 엄마’, 초등학생·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백일장 등도 열렸다.
■ 꿈꾸는 책, 꿈꾸는 작가
인천 독서대전에는 유명 작가들이 찾아와 시민들과 함께 책에 관한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많아 의미를 더했다.
‘리딩으로 리드하라’, ‘생각하는 인문학’ 등 인문학을 전파하는 데 앞장서는 이지성 작가가 지난 19일 종합문화예술회관 특설무대에서 인천시민들과 만났다.
이 작가는 인문학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인문학이 주는 즐거움과 재미를 시민들과 함께했다. 또 인기 웹툰 작가인 강풀 만화가는 20일 인천을 찾아 꿈과 만화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강 작가는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주신 분은 얼마 전 돌아가신 아버지”라며 “친구들과 소소한 관계 속에서도 살아가는 의미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작가는 또 “책을 읽다 보면 열린 결말에 부담스러워 하는 독자나 어려운 책을 억지로 읽는 독자들도 있는데 자신의 취향을 고려해 무협소설 등 재미있는 책을 읽는 것도 매우 필요한 일”이라고 조언했다.
인천의 구석구석을 소개한 ‘두근두근 인천산책’의 저자이자 여행작가인 이하람 작가도 인천시민들과 만났다.
이 작가는 인천시민들도 놓치고 지나갔던 인천의 산책 코스를 소개했다. 눈과 입이 즐거운 산책 코스, 오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코스, 당일치기 바다 여행이 가능한 코스 등 인천의 숨은 진주를 알려줬다.
특히 이 작가는 스물일곱 몽골 여행을 계기로 잘 나가던 커리어 우먼에서 여행작가로 전향했던 꿈과 고민을 들려줬다.
이 밖에도 망명 북한작가인 도명학 시인이 북한의 문학을 소개하고, 남한과 북한의 문학 차이를 알려주는 뜻깊은 시간도 가졌다. 도 작가는 김일성종합대학 조선어문학부를 졸업해 조선작가동맹 시인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자유통일문화연대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단편소설 ‘재수 없는 날’, ‘책 도둑’과 시 ‘곱사등이들의 나라’ 등 다양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소설가 양진채, 시인 이경림, 수필가 김묘진, 아동문학가 이성률 등 인천지역 작가들도 인천시민들과 만나 인천에 대한 애정을 돈독히 했다.
■ 인천의 가치, 책에서 찾다.
올해 인천 독서대전은 인천의 기록문화 유산과 근대 문학 역사를 되살리는 발판을 마련했다.
독서대전 상설전시관에서는 대한민국 유네스코 문화유산과 국내잡지 창간호, 한국 현대문학 문인 육필전, 손안愛書(애서) 사진전, 인천작가 작품전시 등 다양한 전시회가 열렸다.
대한민국 유네스코 문화유산 전시회에는 유네스코 인천협회 주관으로 인천 강화 고인돌을 비롯해 종묘, 남한산성, 경주 석굴암, 안동 하회마을, 부여, 제주도 등 전국 유네스코 등재 대한민국 문화유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 60여 점이 전시됐다.
또 인천의 가천길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국내 잡지 창간호도 오랜만에 시민들 앞에 나섰다. 가천길재단은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까지 근대 문학 태동기부터 출판의 침체기였던 일제 강점기 사이에 발간됐던 국내 잡지 창간호 100점을 전시했다.
한국현대문학 문인육필전에서는 한국현대문학을 대표하는 박경리, 박두진, 서정주, 박목월 등 문인들과 ‘토지’, ‘영자의 전성시대’ 등 화제작의 육필 원고 50여 점이 전시됐다.
시민들의 책 이야기를 담은 손안에서 사진전도 의미를 더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주관으로 진행된 도서관련 에피스도 사진 공모전에 당선된 작품 77점은 관람객들에게 책을 더 친근하게 만들어줬다.
김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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