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전쟁·코믹·액션·실화 스크린 상차림도 푸짐~ 골라보는 재미 쏠쏠

차례 지내고 영화 한편

▲ 사도

상반기 여름 극장가는 그 어느해보다 치열했다.

방화와 외화 사이 뺏고 뺏기는 치열한 고지전이 있었다. 올해 첫 천만 영화이자 역대 2위 흥행기록을 갈아치운 <국제시장> 이후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킹스맨>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등의 외화에 기세를 뺏기는가 했더니 <암살> 과 <베테랑> 이 다시 승기를 가져왔다.

천만 영화 기준으로 볼때 현재 스코어는 4대 1로 한국영화의 ‘압승’. 이 분위기는 추석 극장가에도 그대로 전이된다.

특히, 중량감있는 남자 배우를 ‘투톱’으로 하는 ‘남남케미’(?) 영화의 대약진이 돋보인다. 입소문을 타고 빠른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사도> 부터 설경구ㆍ 여진구 주연의 전쟁영화 <서부전선> , 코믹수사극 <탐정> 까지 만만치 않은 라인업이다.

이에 대항하는 외화의 향연도 무시할 수 없다. 블록버스터 산악영화 <에베레스트> 와 판타지 모험극 <메이즈러너 : 스코치 트라이얼> . 하반기 흐름을 점칠 수 있는 추석 극장가의 승자는 어떤 작품일까?

사도

송강호·유아인의 활약… 뻔한 이야기 뻔하지 않은 감동

개봉 1주차를 맞은 <사도> . 조짐이 심상치 않다. 개봉 일주일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조선기 가장 비극적 삽화인 ‘임오화변’(壬午禍變)을 배경으로 했다.

끔찍한 광인으로 기록된 사도세자, 그런 사도를 뒤주에 가둬 죽게한 비정한 아버지 영조, 그리고 그의 아들 정조, 그동안 TV와 스크린에서 여러차례 소화된 만큼 잘 알려진 역사적 사건.

‘식상한’ 소재라는 한계에도 이준익 감독은, ‘정치’에서 ‘가족’으로 프레임을 옮겨와 색 다른 느낌의 임오화변을 그렸다. 이상과 가치관이 달랐던 부자의 내면에 집중해 밀도 높은 드라마를 완성했다.

‘사도’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 송강호와 유아인이라는 두 배우가 아니었다면, ‘사도’가 주는 감정의 진폭은 달라졌을 수 있다. 두 배우의 공통적인 강점은 ‘틀’에 갇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송강호는 전형성을 답습하기 쉬운 ‘왕’이라는 캐릭터마저, 자신만의 목소리와 호흡, 움직임으로 완벽하게 새롭게 빚어낸다.

유아인 역시 ‘아버지의 따뜻한 말 한마디’ 만을 바랐던 결핍된 청춘의 얼굴로 사도를 그려냈다. 추석, 아버지와 아들이 나란히 손을 잡고 볼만한 영화다. 12세 관람가 등급.

 

▲ 탐정

탐정

유쾌·상쾌·통쾌… 권상우·성동일의 코믹 수사극

추석 극장가 개봉 영화 중 가장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영화다. 2006년 제8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무려 58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상을 차지한 시나리오라는 점에서 일찌감치 대중의 기대를 모았다. ‘쩨쩨한 로맨스’의 김정훈 감독이 각본을 쓰고 직접 연출까지 맡았다.

경찰을 꿈꿨지만 개인 사정으로 지금은 만화방에서 갓난쟁이 딸 돌보며 파워 블로거가 강대만(권상우 分)과 한때는 광역수사대 전설의 식인상어라 불렸지만 대쪽같은 성격 탓에 일개 형사로 좌천된 노태수(성동일 分). <탐정: 더 비기닝> 은 한국의 셜록을 꿈꾸는 추리광 강대만과 광역수사대 레전드 형사 노태수의 비공개 합동 추리작전을 담은 영화다.

형사 뺨치는 추리력을 당최 쓸데가 없는 만화방 주인으로 변신한 권상우의 코믹 연기 귀환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명품 연기력에 생애 첫 은발 변신으로 색다른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성동일. 추리 미스터리 장르와 절묘한 조합을 펼치며 신선한 매력을 선보인다. 범인을 쫓는 과정이 제법 긴박하게 펼쳐지면서, 관객들도 추리에 동참하게 하는 몰입도가 있다. 15세 관람가 등급.

 

▲ 서부전선

서부전선

휴먼 코미디로 풀어낸 전쟁… 설경구·여진구 ‘환상 케미

추석 ‘남남케미’의 정점을 찍는 영화다. 설경구·여진구, ‘구구커플’이 열연을 펼친 <서부전선> . 드라마 ‘추노’ ‘도망자 플랜B’ 등의 각본을 맡았던 각본가이자 ‘7급 공무원’ ‘해적’ 등을 제작한 노련한 제작자로 이름을 떨친 천성일 감독의 첫 연출작 ‘서부전선’은 휴전 3일전 남한과 북한군 두 쫄병의 코미디 같은 전쟁 휴먼 스토리를 담았다.

농사짓다 끌려온 남한군 남복(설경구 分)은 비밀문서를 전달하는 임무를 받았고 탱크를 책으로만 배운 북한군 탱크병 영광(여진구 分)은 남으로 진군하던 도중 무스탕기의 폭격으로 사수를 잃고 혼자 남으면서 두 사람은 서부전선에서 대치하게 되는데.

열여덟 학도병 영광을 연기한 여진구는 실제로 열여덟 살에 ‘서부전선’을 촬영해 화제가 됐다. 한층 깊어진 여진구의 감정 연기는 극 중 잔잔한 감동의 여운을 지속적으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가난하지만 책임감 강한 평범한 아버지상을 연기한 설경구의 연륜 있는 연기는 휴머니즘이 강하게 풍겨 나온다. 특히 극에서나 실제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설경구와 여진구의 브로맨스는 케미 넘치는 호흡을 자랑해 훈훈함을 더한다. 12세 관람가 등급.

 

▲ 메이즈 러너 : 스코치 트라이얼

메이즈 러너 : 스코치 트라이얼

바이러스가 점령한 도시… 그 속에서 살아 남아라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메이즈 러너> 1편의 후속작이다. 지난해 개봉돼 300만 명 가까운 관객을 모았다.

이유도 모른 채 미로에 갇혀 생존과 탈출을 고민해야 했던 젊은이들 모습이 우리나라 동세대들에게 전폭적 공감을 얻어냈다. 게다가 민호(이기홍 分)라고 불리는 한국인 캐릭터가 꽤 비중이 있는 데다 멋지기까지 한 점도 국내 흥행의 요인이 됐다.

<메이즈 러너 : 스코치 트라이얼> 은 전체 3부작 중 2편에 속하는 작품이다. ‘글레이드’라고 부르는 인공 미로를 벗어나자마자 청년들 앞에는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황폐한 도시가 펼쳐진다. ‘스코치’라 부르는 이 도시에는 백신조차 없는 ‘플레어 바이러스’가 창궐 중. 바이러스에 감염된 생물체 모두가 주인공들을 뒤쫓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여전히 모른 채 미로를 벗어난 청년들은 무조건 뛰면서 해결책을 찾아나간다.

영화 <다이버전트> <헝거게임> 처럼 키덜트를 타깃으로 한 문학 원작 영화 가운데 한국 상황과 가장 잘 맞아떨어지고, 한편으로는 상징성이 강해 현실을 잊고 다른 세계와 접속하기에 적합한 작품이기도 하다. 12세 관람가 등급.

 

▲ 에베레스트

에베레스트

최악의 조난 사태… 남은 것은 인간의 본능 뿐

제목부터 정직한 영화 <에베레스트> 는 다섯 글자만으로 산악 영화의 기운을 풍긴다. 누구나 정복하길 꿈꾸는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가 영화의 주 배경임은 당연하다. 영화는 지난 1996년 벌어진 에베레스트 조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각 인물이 등반을 온 이유는 모두 다르다. 숨이 막히는 집을 떠나온 벡 웨더스(조슈 브롤린 分)도, 등반비를 모아준 동네 아이들에게 약속을 지키려는 더그 한센(존 호키스 分)도, 취재를 위해 동참한 존 크라카우어(마이클 켈리 分)도. 목표는 오직 하나, 에베레스트 정상 등반에 성공하는 것이다.

이들의 등반은 무사귀환까지 성공할 뻔하지만 예기치 않은 태풍이 몰아치면서 최악의 조난 사태로 이어진다.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영화는 등반 가이드 롭 홀(제이슨 클락 分)과 또 다른 등반 사업가 스캇 피셔(제이크 질렌할 分)를 중심으로 이들 등반대가 에베레스트 정상에 등반하고 귀환하기까지의 일거수일투족을 흔들림 없이 담는다. 특히 조난 이후에도 영화는 개인의 감동 드라마를 부각시키기보다 사실감을 높이는 방식을 이어간다.

이들 모두 사연이 있는 개개인이지만 조난 순간에 남는 것은 철저한 인간의 본능 뿐이다. 카메라는 이들이 죽거나 사라진 자리를 관찰자적인 시선으로 응시한다. 12세 관람가 등급.

박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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