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세종시에서 벌어지는 금개구리 논쟁

리얼미터와 JTBC가 지난 5월에 조사한 전국 광역시ㆍ도의 주민만족도에서 세종시는 울산, 제주, 경북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8월에 와서는 단연 1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와 같은 현상을 전문가들은 세종시의 기반시설이 속속 확충되고 있는 것이 큰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요즘 새로운 이슈가 세종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정부청사 인근에 땅값을 빼고도 공사비만 1천641억원을 들여 조성되는 국내 최대의 중앙공원에 금개구리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것으로 공원 조성을 추진하는 당국과 주민들 사이에 벌어지는 논쟁이 그것이다.

지난 9월 15일 뜨거운 열기 속에 공청회까지 열었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다. 멸종위기 2급인 금개구리가 발견된 것은 신도시가 건설되면서였고 환경단체와 시민단체 등이 이의 보호를 위해 끈질긴 요구를 한끝에 LH 측은 공원내의 ‘생산의 대지’라는 이름의 코너에 이들 금개구리를 보호 서식할 계획이었다. 말이 ‘생산의 대지’이지 전체 공원의 46%나 되는 면적이다.

바로 이것이 신도심에 사는 주민들의 불만이다. 금개구리 1마리당 2.7평의 면적 꼴인데 우리나라 주택 1인당 평균 면적의 절반에 가까운 땅을 금개구리에게 할애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주민들은 금개구리가 세종시에만 있는 것도 아니며 세계 어느 도시에도 공원 속에 논은 없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LH 당국은 바로 그것이 세종시의 특성화라고 설득한다. 어느 도시나 있는 그런 붕어빵식 공원이 아니라 도심에 농지가 있어 오리를 풀어 기르는 등의 친환경 농사를 짓고 둠벙도 만들어 금개구리가 서식하며 메뚜기 잡기 등 환경 체험이 가능한 그야말로 ‘빈 들을 대지의 예술’로 승화시키자는 것.

어쩌면 이 말은 이충재 행복청장이 주장하는 ‘행정도시를 뛰어넘어야 세종시가 산다’는 것과 상통하는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금개구리 논쟁으로 귀중한 시간과 예산을 낭비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마치 경부고속철도 2단계 사업을 시행할 때 금정산-천성산의 26.3km 터널을 뚫어야 하는데 뜻밖에 공사를 중단시킨 ‘도롱뇽 파동’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이때 지율스님은 청와대와 부산시청 등에서 다섯 차례나 단식투쟁을 하며 천성산 습지와 도롱뇽 보호를 주장했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도 마침내 노선 변경 검토를 지시하기에 이르렀고 공사는 중단됐다. 이 때문에 대법원의 판결이 있은 2006년 6월까지 3년 가까이 공사중단과 소송 등으로 막대한 예산이 사라졌고 고속철도 개통 역시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지율스님은 찬사도 받았지만 대법원의 기각 판결이 나오고 공사가 재개되면서 비판도 많이 받아야 했다. 중요한 것은 터널이 뚫리고 고속열차가 달리는 지금, 천성산에 도롱뇽은 여전히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국책사업과 자연보호가 충돌할 때 어떻게 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인가?

세종시의 금개구리 논쟁도 마찬가지. 분명한 것은 세종시가 계속 주민만족도 1위를 유지하고 세계적 명품 도시가 되려면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높은 빌딩, 광장, 공원이 아니라 차별화되고 특성화된 친환경 도시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특성화된 건물, 특성화된 시설(종교시설을 포함하여…), 특성화된 공원, 더욱 고양된 문화적 정서… 그래서 시민과의 대화가 잘 이루어져 ‘금개구리가 헤엄치는 생산의 대지’라는 구상이 ‘행정도시를 뛰어넘는 세종시’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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