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華城문화제 중 파업예고 시내버스 노조 피해자는 재래시장과 서민임을 알아야

수원지역을 운행하는 버스업체 노조가 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121대 버스를 5개 노선에서 운영 중인 경진여객 노조다. 21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노조는 그동안 과중한 연속 운행 해소를 주장하며 사측의 개선과 수원시의 중재를 요청해왔다. 이 밖에도 식사 및 휴식 시간 보장과 임금 인상이 노조 측 요구다. 노조는 4일과 5일 이틀간 파업 찬반 투표에 나선다고 밝혔다. 통과되면 내주부터 운행이 전면 중단될 수 있다.

걱정인 것은 파업 예상 시점과 수원화성 문화제 기간이 겹칠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로 52회째를 맞는 수원화성문화제는 오는 8일부터 11일까지 4일간 개최된다. 행사 지역은 수원 화성 일대 전 구간이다. 문화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정조대왕 능행차는 올해도 1천여명의 대규모 출연진이 참여해 시연된다. 때마침 개봉한 영화 ‘사도’가 인기몰이 중이다. 영화 사도의 흥행과 문화제가 겹치면서 전례 없는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수원화성 문화제는 지역 경제 효과가 입증된 몇 안 되는 행사다. 화성행궁 주변의 전통시장과 이 일대 먹거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100여 상인이 밀집된 지동 순대 골목은 이 기간이 연중 최대 매출기간이다. 또 다른 명물 거리인 통닭 거리도 문화제 기간 동안 평소의 2~3배의 매출을 올린다. 한 마디로 팔달문을 중심으로 한 수원의 구(舊)도심 상권엔 매년 10월 개최되는 수원화성 문화제가 생사의 목줄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노조의 전술전략적 접근을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그동안 노조는 수원시의 중재를 요구해왔다. 버스노선 인허가권을 가진 수원시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시의 입장은 달랐다. 기본적으로는 개별 기업의 노사 문제다. 여기에 버스 노선 감축은 필연적으로 시민 불편을 초래한다. 만족할만한 답을 노조에 내려줄 수 없는 한계가 시 측엔 있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노조가 수원시의 최대 행사를 압박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옳지 않다. 수원화성 문화제는 서민이 장사하고 서민이 즐기는 행사다. 자가용은 모두 두고 대중교통으로 찾아야 할 행사다. 이런 서민의 행사를 서민의 발 역할을 해야 할 버스가 발목 잡아서야 되겠는가. 수원지역 시내버스는 수원화성 문화제를 성공적으로 치러야 할 관광 일선에 첨병이다. 경진여객 노조의 현명하고 대승적인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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