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세일이라더니… 정기할인과 다를 게 없어”

블랙프라이데이 시행 첫 날

▲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주간이 시작된 1일 수원의 한 백화점 할인코너가 많은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오승현기자

고가품목은 할인 안되고 상품권 대체 부지기수

기대한 쇼핑객 실망… “소비자 기만행위” 원성도

“70% 할인이라더니, ‘최대’라는 말에 속았네요. 소문난 잔치에 고객들이 들러리가 된 기분입니다.”

‘사상 최대 할인’을 내건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오는 14일까지 열리는 가운데 실질적인 혜택은 적은 ‘무늬만 대규모 할인행사’라는 지적을 사고 있다.

소비 진작을 위해 정부가 유통업체와 손을 잡고 최대 70%까지 할인하는 등 특별행사를 마련했다고는 하지만, 기존에 유통업체에서 진행하던 정기할인 행사와 크게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블랙프라이데이가 시행된 첫날인 1일 정오 수원의 A백화점. 비가 오는 날씨에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기대하고 온 고객들로 북적였지만, 이내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부분의 할인 상품이 기존의 가을정기 세일 품목으로, 여기에 ‘블랙프라이데이’를 포장한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당초 이 백화점은 코리아 그랜드 세일을 맞아 100여개의 브랜드가 세일에 참여하고, 세일을 하지 않는 브랜드는 주말 특별할인과 사은품 증정행사 등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매장을 둘러본 결과 ‘노 세일 브랜드’는 상품권ㆍ사은품 증정 등으로 행사를 대체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블랙프라이데이에 맞춰 50%를 할인하는 것은 대다수가 이월상품이었다. 또 다른 도내 B백화점 역시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로 차량 경품행사를 내걸었을 뿐, 할인은 기존에 진행하던 세일 품목에 수량을 일부 늘린 게 전부였다.

이날 쇼핑을 나온 K씨(36ㆍ여)는 “큰 기대를 하고 왔는데, 자세히 보면 기존의 정기세일과 다를 게 없다”면서 “할인 등의 문구나 광고만 요란해 소비자의 충동구매를 일으켜 과소비를 유도하는 행사라는 생각만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1일 오전 11시40분께 인천시 남동구 C백화점엔 주차장 출입구부터 차량으로 길게 줄이 늘어서 있는 등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하지만 1층 해외패션과 명품 코너 등에 입점한 브랜드가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2층 한편에 차려진 행사장에는 고작 3개 의류업체만 행사에 참여 중이었다.

최대 70% 할인이라는 홍보 문구가 무색하게, 이 행사장에서 최대 할인 제품은 4만3천원짜리를 44% 할인해 1만9천원에 파는 면바지였다. 남구의 B백화점에서도 할인 폭이 평소 세일 행사와 비슷한 20~30%대에 그친데다, 가구ㆍ가전기기ㆍ명품제품 등 고가 품목은 할인이 안 돼 고객들의 원성을 사기에 충분했다.

블랙프라이데이에 참여한 백화점들도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상품 제조업체가 주도하는 미국판 원조 블랙프라이데이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유통업계가 주도하다 보니 할인 폭에 한계가 있고 정부가 갑작스레 기획한 탓에 소비 진작 극대화를 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경기지역의 한 백화점 관계자는 “제조업체와 함께 준비를 하지 못하다 보니 블랙프라이데이를 위한 기획이나 할인 등을 특별히 준비할 여력이 없었다”면서 “높은 기대감을 갖고 백화점을 찾은 고객들에게 실망감만 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인엽ㆍ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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