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정보 제3자 비공개 원칙… 속타는 부모들
빚이 있는 자녀가 가출했을 때 부모가 자녀의 채무정보를 확인할 수 없어 가계의 빚 부담이 커지고 있다.
채무정보가 공개돼야 부모가 자녀 빚을 대신 갚을 수 있는데,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은행권은 채무자 본인 외 제3자에게 정보공개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개인정보 보호법에 의해 채무정보는 정보주체인 채무자의 동의를 받아야 제3자가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자녀가 가출했거나 행방불명 등 소재를 확인할 수 없을 때는 동의를 받는 게 불가능해 부모가 자녀의 채무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
부모가 자녀의 빚을 대신 갚아주려고 해도 상환이 불가능한 것이다. 소재파악이 불가능한 자녀가 채무에 대한 이자를 갚고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대부분 이를 이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날짜가 지날수록 가계 빚만 쌓여가고 있다.
은행권은 가출 등으로 자녀의 동의를 받을 수 없는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부모가 자녀의 채무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채무내용은 공개할 수 없지만, 가출 등 특수한 경우로 빚이 늘어갈 때에는 부모가 이를 확인해 대출을 상환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제도를 보완하면 가계는 빚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은행권은 빌려준 돈을 원활히 받을 수 있어 서로 윈-윈(win-win)이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채무에 따른 이자 부담은 제3자에게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없지만, 가출 등 특수한 경우에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정보주체 또는 관련된 제3자의 생명, 신체, 재산에 매우 급한 피해를 주는 경우에는 개인정보 수집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공개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채무정보를 가출 등의 이유로 부모에게 공개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금융당국 외에 행정자치부 등 타 기관과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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