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푸드뱅크, ‘사랑의 곳간’이 비어간다

해마다 꾸준히 늘던 기부물품 메르스·경기침체로 증가세 꺾여
“나눠줄 음식 없다” 시·군들 걱정

식료품을 기부받아 취약계층에게 전달하는 푸드뱅크의 기부량이 메르스 등 경기침체 여파로 주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경기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998년부터 공장과 단체 급식소 등에서 남은 음식이나 유통기한이 임박, 판매하기 어려운 식품 등을 모아 취약 계층에게 전달하는 푸드뱅크 사업을 벌이고 있다. 푸드뱅크 내에는 마켓도 운영 중인데, 취약계층이 직접 방문해 원하는 물건을 가져가는 편의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올해 9월 말 현재 도내 31개 시·군에는 경기광역 푸드뱅크 1곳과 기초 푸드뱅크 52곳, 푸드마켓 17곳으로 총 70곳이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사업 시행 이후 해마다 증가하던 푸드뱅크의 기부량은 메르스 등 경기불황 여파로 증가세가 꺾인 채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31개 시·군의 올해 8월 말 총 기부량은 211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난해 356억원, 2013년 271억원에 비하면 기부량이 뚝 떨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쌀이나 농산품 등을 대량 생산하던 공장들이 경기불황으로 잇따라 폐업했고, 이에 대규모 공장이 밀집한 지자체들의 기부량이 절반가량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11억1천700만원의 대규모 기부가 이뤄졌던 A시는 올해 많은 공장이 폐업하면서 기부량이 6억7천만원으로 급감했다.

또 B시는 지난해 2억9천200만원의 식료품이 기부됐지만, 올해는 1억1천여만원에 불과한 상태다. 특히 지난 5~6월에는 메르스로 인해 상권마저 위축돼 기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메르스 환자가 속출하며 지역 경제가 침체한 C시는 10억7천만원이 기부된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7억8천만원에 그치고 있고, D시 역시 1억원 가량 기부량이 감소했다.

 

이에 경기도광역푸드뱅크 관계자는 “전년 대비 기부량이 적어 지자체와 원인분석을 하고 있다”면서 “매년 연말에 기부량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 남은 10~12월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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