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wiz 시즌결산] 2. 타고투저 불균형 풀어야 할 과제
“투수가 필요하다.”
kt wiz 조범현 감독은 내년 시즌 구상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망설임 없이 이렇게 대답한다. 선발진에 대한 고민을 가리켜 하는 말이었다. “선발 투수가 나오면 몇 이닝을 소화할지 계산이 서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올 시즌 마운드 운용이 가장 힘들었다.” 시즌 개막 전 전문가 대다수는 kt 마운드 전력에 대해 합격점을 줬다.
마운드의 외풍(外風)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준 것이다. 올 시즌 kt는 신생구단 특혜로 타 구단보다 외국인 선수를 한 명 더 보유했다. 투수 3명, 야수 1명으로 진용을 짰고, 세 외국인 투수가 제 몫을 해준다면 토종 박세웅ㆍ정대현과 더불어 탄탄한 선발진이 꾸려질 것이라고 예상됐다.
이런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맏형’ 크리스 옥스프링이 에이스 역할을 해줬지만, 필 어윈과 앤디 시스코는 부진을 거듭했다. 여기에 ‘토종 에이스’로 주목을 받은 박세웅은 1군 무대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고, 좌완 정대현은 선발로서 경험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결국 조 감독은 변화를 꾀했다. 시스코를 방출하고 야수 댄 블랙을 선택했으며, 박세웅을 롯데에 내주고 공격형 포수 장성우를 데려왔다. 공백이 생긴 선발 자리는 어린 투수를 육성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영건들의 성장세는 생각보다 더뎠다. 엄상백, 주권, 정성곤 등이 선발로 나섰지만, 당장 1군에서 뛰기에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 보였다. 그나마 지난해 1차 지명을 받은 우완 엄상백이 선발 5승을 챙기면서 가능성을 보인 게 위안거리였다.
마운드와 달리 타선은 트레이드와 외국인 선수 교체를 통해 짜임새를 갖췄다. 도루왕 출신인 이대형을 제외하면 주루 플레이에 능한 선수가 없어 고민이었던 테이블세터 남은 한 자리는 오정복을 NC로부터 받아 메웠고, 앤디 마르테 홀로 분전하던 중심타선엔 댄 블랙을 배치하면서 무게감을 더했다.
전력 보강이 이뤄진 6월 이후 kt는 강한 타격을 앞세워 중위권 이상의 전력을 보여줬다. 이 기간 팀 타율은 공동 4위(0.290), 팀 홈런은 3위(106개)에 올랐다.
특히 8월에는 부상으로 빠진 댄 블랙 없이 25경기를 치르면서도 팀 타율 공동 1위(0.311), 팀 홈런 1위(39개)를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신생구단 최초로 데뷔 첫해 20홈런 타자 3명 배출이란 기록도 썼다.
조 감독은 “내년에는 우리도 순위싸움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관건으로 어린 투수들의 성장을 꼽았다. 그는 “타선은 확실히 힘이 붙었고, 성장을 보인 선수도 여럿 있다. 그러나 선발진이 고민이다. 외국인 투수를 2명으로 가기엔 아직 국내 선수들이 부족하다. 결국 젊은 투수들이 얼마만큼 성장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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