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논단] 엄마들도 안전교육을 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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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심심찮게 심폐소생술을 통해 목숨을 건지는 사례들을 접하게 된다. 추석을 전후해 부산과 경북 영양에서는 30대 남성과 80대 노인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숨을 쉬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원과 경찰관의 심폐소생술로 목숨을 건졌다.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늘 안타까움이 앞선다.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심폐소생술을 익혀 두었다면 이런 위기 상황까지 내몰리지 않아도 되는데 하는 안타까움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심폐소생술을 골든타임 안에 받지 못해 목숨을 잃거나 뇌손상으로 후유증을 겪는 경우도 상당하다는 점이다.

 

불과 몇 분 만에 쉽게 배울 수 있는데도 ‘내게 별일 있겠어’라며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그런 점에서 학교에서 배운 안전교육 매뉴얼대로 침착하게 대응해 아버지의 목숨을 구한 전북 순창의 한 초등학생의 얘기는 우리에게 가르침을 준다.

 

지난 8월말 새벽 6시, 의식을 잃은 아버지를 보고 놀란 어머니의 다급한 비명소리에 잠에서 깬 순창초등학교 4학년 조강희양은 학교에서 배운대로 우선 119신고부터 했다. 이어 안전교육 시간에 익혀둔 심폐소생술을 떠올린 조 양은 순창119안전센터 구급대원과 통화를 하며 아버지에게 흉부압박을 실시해 위기를 넘기게 했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의 응급조치로 조양의 아버지는 바로 심장박동이 회복됐다. 11살 어린 초등학생이 배워둔 안전교육과 심폐소생술이 시간을 다투는 위기상황에서 아버지의 목숨을 건지는데 큰 도움이 된 것이다.

 

심폐소생술이 중요한 것은 심장이나 폐가 정지한 후 4분~6분을 방치하면 뇌의 무산소증이 시작돼 생명을 잃게 되거나 응급조치로 목숨을 건지더라도 뇌손상을 가져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의들은 설명하고 있다. 조강희 양처럼 심폐소생술을 익혀두면 구급대원들이 도착하기 전 생사를 오가는 골든타임에 환자의 심장이나 폐를 다시 박동시켜 위기를 모면하게 할 수 있다. 이렇듯 위기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 바로 안전교육이다.

 

안전교육을 확산시키기 위해 인천시내 관련 기관과 단체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인천적십자사도 2014년 2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14조에서 규정한 효율적인 교육을 위해 인천광역시로부터 ‘구조 및 응급처치에 관한 교육’을 위탁받았다. 

교육대상에 따라 학교와 집에서 흔히 발생하는 사고 유형과 예방법을 교육하는 ‘학생 맞춤형 안전교육’, ‘수학여행 현장체험 안전요원교육’, ‘기동순찰, 교통사고 출동경찰 등 경찰관교육’, ‘산업현장 안전관리자교육’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8월말까지 3만2천명이 이수했다. 올해 초부터 인천소방안전본부는 심폐소생술 프로토콜 표준화와 병원도착 전 단계 심정지 환자 소생율을 높이기 위한 시민사랑 프로젝트로 ‘생명을 구하는 사람들’을 진행하고 있다.

 

심폐소생술 등 안전교육을 받아두면 위기에 직면한 급박한 상황에서 자신의 가족은 물론 이웃들의 소중한 생명을 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시민 누구나 인천적십자사나 인천소방안전본부에 교육신청을 하면 언제든 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다. 올 가을에는 엄마들도 안전교육을 받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황규철 대한적십자사 인천시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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