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가 구매하는 집은 생애 첫 부동산 소유일 수 있다. 어렵게 돈을 모아 구입했을 수도, 부담이 큰 대출을 끼고 구입했을 수도 있다. 그만큼 소중하면서도 부담스러운 집이다. 그런 집에서 하자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되나. 틀림없이 하늘이 무너지는 좌절감을 느낄 것이다. 앞으로의 모든 인생 일정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아파트 구매자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아파트 하자의 실상이다.
그런 일이 수원의 한 아파트에서 일어나고 있다. 다른 곳도 아닌 LH가 지은 센트럴 타운 아파트다. 입지 여건이 좋아 중소형 아파트를 찾는 30~40대 직장인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런데 공급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갖가지 하자가 발생하고 있다. 방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 집도 있다. 입주하기도 전에 벽지와 타일이 파손된 집도 있다. 주방 시설이 삐뚤어진 곳도 있고 거실 바닥이 벌써 변색한 곳도 있다.
입주민들의 낙담이 여간 아니다.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말도 못한다. 소문이라도 나면 거래가 뜸해질까 봐서다. “수차례 하자보수를 신고했지만, 센터는 단순접수 기능만 처리한다며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LH 측은 ‘전국 최초의 기동 CS팀 시범운영’만 자랑하고 있다. 시공사와 협의해 마무리하겠다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다른 곳도 아닌 공기업, LH가 지은 대규모 단지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아파트 하자는 있을 수 있다. 특정 아파트의 하자를 침소봉대하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LH 아파트의 부실논란은 유독 심각하다. 국정 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태원 의원(새누리당ㆍ고양덕양을)의 자료에서 LH 아파트의 하자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최근 5년간 준공한 아파트 32만여 가구에서 7만여건의 하자가 발생했다. 연평균 1만3천여건이다. 제일 많은 하자가 발생한 곳이 경기도와 서울이다.
하자 내용을 살필 필요가 있다. 창호(12.3%), 가구(11.4%), 도배(8.1%), 타일(7.6%) 등이다. 결로(2.1%), 누수(3.2%), 골조(0.3%) 등의 치명적 하자도 많다. 세류동 센트럴 타운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하자들과 차이가 없다. LH가 공급하는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하자가 전국 공통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셈이다. 뭔가 건설 과정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쯤 되면 그냥 보아 넘길 문제가 아니다.
LH 아파트는 저렴하다. 서민이 주요 고객이다. 막대한 혈세를 투자해 LH를 공기업으로 유지시키는 이유다. 그런데 그런 LH가 지은 아파트가 툭하면 물 새고, 여기저기 갈라지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공기업으로서의 존재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 수원 센트럴 타운 아파트 하자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조사 착수의 책임은 인허가 부처인 수원시, 공기업 감시 부처인 감사원, 그리고 비리 감시 기관인 검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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