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후 여러 편의 오페라를 자체 제작했던 성남아트센터(대표이사 정은숙, 이하 아트센터)가 7년 만에 제작 노하우를 쏟은 작품으로 그 완성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아트센터는 지난 2005년 구노의 <파우스트>를 시작으로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 <피렌체의 비극> 등을 제작해 주목 받은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춘희’라고도 불린 <라 트라비아타>는 파리 사교계의 프리마돈나 마리 듀프레시라는 실제 여성을 모델로 한 작품이다. 고급 창녀 ‘비올레타’와 신분 차이가 있는 귀족청년과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렸다. 이중창 <축배의 노래>로 유명하다.
오는 15~18일 아트센터에서 선보이는 이 작품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관객이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시대와 공간적 배경을 현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2010년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 연출상을 수상한 장영아 연출가는 무대를 가상의 어느 공간으로 설정했다. 또 음악적 완성도에 묻혔던 비련의 여주인공 ‘비올레타’의 고뇌를 드러내는데 집중했다.
프랑스 파리 환락가의 화려한 매춘부로 명성을 날렸지만, 실제로는 사람들의 멸시와 천대를 받았던 그녀의 현실적인 굴레와 이를 이용한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신랄하게 표현한다. 의상 역시 적절하게 과장된 스타일이나 색감, 질감 등을 바탕으로 현대적이고 미래적인 디자인 감각을 강조했다.
특히 정상급 성악가와 오디션을 통해 발굴한 역량 있는 신인들이 함께 하는 무대로 오페라 마니아들의 관심이 뜨겁다.
여주인공 ‘비올레타’역에는 세계 최고의 프리마돈나로 손꼽히는 러시아 출신(Irina Lungu)와 오미선 성신여자대학교 교수가 출연한다. 한국인 최초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하우스 전속가수출신 과 뮌헨 국립오페라하우스 최연소 단원으로 입단했던 이 각각 알프레도와 그의 아버지 제르몽 역으로 열연한다.
이와 함께 헬싱보리 심포니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피에르 조르조 모란디가 지휘봉을 잡고,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관계자는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역량을 뽐내고 오페라에 대한 대중의 거리감을 줄이고자 했다”면서 “특히 오페라 애호가뿐 아니라 누구나 친숙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한편 아트센터는 오는 18일까지 개관 10주년 기념 주간으로 정하고 시민과 관객이 참여하는 다채로운 행사를 벌인다. △아트센터 내 춤의 광장에서 오후 6시부터 시민동아리, 재능기부 예술인, 버스커 등이 참여하는 야외 공연 △13일 아트센터 세계악기전시관에서 중국ㆍ베트남ㆍ몽골 등의 다국적 전통음악 전공자들의 연주회 △14~17일 미디어홀에서 시민들의 영상 사진 콘텐츠 공모전 입상작 전시 및 진중권 교수 특강 등으로 진행되는 성남미디어페스티벌 △빛의 계단에서 지난 10년간의 기록 사진들을 하나의 설치 예술 작품처럼 보여주는 전시 ‘빛의 메아리’ 등이다.
류설아기자
정은숙 성남문화재단 대표이사
더 많은 시민 즐기는 공간 활성화 주력할 것
“지난 10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시민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는 길을 걸어왔다는 것을 자부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시민이 자유롭게 찾아올 수 있는 공간 활성화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성남문화재단이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8일 만난 정은숙 문화재단 대표이사는 10주년 기념 주간의 다채로운 공연, 전시, 체험 프로그램 등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인터뷰 직전까지 서류를 검토하고 사인하던 그는 재단과 성남아트센터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과시했다.
“사랑방문화클럽은 지난 2006년 시작해 현재까지 230여 개 클럽, 4~5천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어요. 클럽마다 공연, 전시, 연극, 무용, 축제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자발적으로 추진하면서 시민예술참여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죠.”
그의 말처럼 재단은 지난 10년 간 시민과 함께 하는 문화예술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실제로 사랑방문화클럽은 전국적으로 생활예술의 롤모델이 됐다.
정 대표가 그리는 문화재단의 미래상은 바로 지난 10년간 탄생한 클럽들에서 출발한다. 클럽 구성원인 시민들이 ‘씨앗’이 돼 내년에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아트센터에서 함께 할 수 있도록 주력할 방침이다.
“자체 기획이든 장소만 빌려주는 것이든, 빈 객석을 보면서 너무 안타까웠어요. 아트센터 내 야외 공연장이나 계단이 썰렁한 것도 속상하고요. 올해 10주년 기념 주간에 선보이는 프로그램들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좀 더 많은 공연을 보여드릴 꺼에요.”
재단은 올해 10주년을 기념한 자체제작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비롯해 야외 공연장인 춤의 광장에서 축제를 벌이고 빛의 계단에서 특별전시를 선보인다. 아트센터 내 개방된 공간에서 무료 공연 및 전시를 진행하면서 시민을 관객으로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정 대표는 “꼭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시낭송회와 뜨개질 등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런 활동 계기와 공간을 지원하는 것이 재단의 역할”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새로운 10년을 향하는 문화재단과 아트센터가 좀 더 많은 시민들의 발걸음으로 북적거리는 모습을 기대한다.
송시연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