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약 처방만 받아도 적용 안돼… 작년 도내 분류 환자 2.4% 불과
“보험가입 제한 등 불이익 피하려… 울며 겨자먹기로 고가 비보험 진료”
우울증, 조울증 등 정신과 진료를 꺼리는 사람을 위해 질환명을 적지 않는 정부의 Z코드 제도가 단순 약 처방만 받아도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취업이나 승진, 보험에 가입하려는 많은 사람이 진료기록 낙인이 두려워 자발적으로 정신과 비보험 진료를 받으면서 고가의 진료비를 내는 피해를 보고 있다.
12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3년 정부는 정신과 상담 시 기존의 F코드(정신과 질환) 대신 Z코드(보건일반상담)로 분류, 진료 기록을 남기지 않는 제도를 마련했다. 하지만 단순 수면제 처방만 받아도 Z코드 적용이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무용지물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취업·승진을 준비하거나 보험에 가입하려는 많은 주민은 정신과 진료기록 낙인이 두려워 정신과 진료 시 의료보험이 아닌 비보험으로 진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준비생 K씨(27)는 “주변 지인들이 정신과에서 비보험으로 진료받아야 기록에 남지 않는다고 조언해 보험을 받을 경우 2만원이면 되는 약을 12만원에 처방 받았다”며 “단순 우울증인데 약 처방만 받으면 Z코드로 분류가 안 되니 비보험으로 진료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험에 가입하려는 주부 L씨(55·여)도 “주부 우울증은 선진국에서 감기와 같은 병으로 인식되는데 우리나라는 진료기록이 있으면 보험가입에 제한된다”며 “보험가입을 위해 정신과에서 비보험으로 약을 처방받는 현실이 어처구니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보험 관련한 커뮤니티에는 정신병 진료 시 비보험으로 진료받을 것을 권장하는 글도 나돌고 있다.
경기도내 우울증, 조울증, 건강염려증 등을 포함한 정신질환 치료자는 지난해만 70만3천47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 중 정신과 기록이 남지 않는 Z코드 분류 환자는 1만6천885명으로 이는 전체 정신질환자의 2.4%에 불과한 수치다. 2013년에도 정신질환 치료자 68만3천734명 중 1만1천525명(1.7%)만이 Z코드로 분류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Z코드 범위에 정신과 약물 처방 진료까지 포함할 경우 진료 수가 관련 혼돈이 생기는 등 부작용 가능성이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현재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Z코드는 세계보건기구 국제질병분류에 따라 각 질병을 A~Z로 분류한 것으로 질환은 없지만 단순 상담 등의 보건 서비스를 받을 때 분류되는 코드다. 도내 주요정신질환 예상자수는 2013년 100만3천명에서 지난해는 101만7천명, 올해 103만1천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이영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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