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병동 지으며 주민고통 눈감고 귀막은 성빈센트병원

협의 없이 마구잡이식 공사, 소음·진동 피해 호소
“공휴일·새벽까지 강행”… 병원 “피해유발 장비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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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이 진행하고 있는 공사로 인근 재개발 지역 주민들이 소음 및 진동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수원 팔달구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암 병동 건립 및 본관증축공사현장과 지동 재개발 지역의 모습. 오승현기자
가톨릭대학교 수원 성빈센트병원이 암병동을 신축하면서 주민들과 별다른 협의도 없이 마구잡이식 공사를 강행, 물의를 빚고 있다.

이에 주민들은 수원 팔달구에 줄기차게 민원을 제기했고, 팔달구는 일부 공사가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이에 대한 공사중지까지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수원 성빈센트병원과 팔달구 등에 따르면 성빈센트병원은 지난 5월20일부터 연면적 10만4천81.92㎡의 암 병동 건립 및 본관 증축 공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공사 진동 여파로 인해 지난주 한 주민이 고혈압으로 쓰러져 병원에 긴급 후송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공휴일과 새벽 시간대에 진행한 공사 소음 등으로 주민들은 수면장애 등을 호소했다.

참다 못한 주민들은 병원 측에 수차례 시정조치를 요구했지만, 병원 측은 ‘시공사에 알아보라’는 식으로 주민들의 요구를 회피해 문제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빈센트 성인의 정신에 따라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치료한다’는 미션에 따라 설립된 이곳이 정작 인근의 소외받는 재개발 주민들의 목소리마저 듣지 않은 채 공사를 진행했다고 주민들은 비난했다.

주민 J씨(72)는 “공사진동으로 식탁이 떨려 손자가 잠도 못 자고 두려워한다”며 “아무리 외쳐도 듣지도 않는 병원을 상대로 힘없는 우리는 누구에게 하소연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민 L씨(47)는 “이곳 암센터 때문에 우리 주민들이 오히려 암에 걸릴 지경이다”며 “병원 측이 시공사 뒤에 숨지 말고 적극 해명을 하는 게 성직자 정신 아니냐”고 말했다.

더욱이 주민들은 시공사인 계룡건설 측이 구청의 공사소음 측정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공무원이 일하지 않는 공휴일과 새벽 시간대에 큰 소음을 내는 공사가 진행됐으며, 단속 때만 소음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8월부터 제기된 민원을 받고 나온 팔달구청은 소음측정을 위해 수차례 이곳을 방문했지만 번번이 소음규제 기준치인 65㏈이 넘지 않아 행정처분을 내리는 데 실패했다. 

그러다 지난달 22일 구청 직원이 아닌 도청 보건환경연구원에 의해 위반사항이 적발됐고, 공휴일인 지난 9일 오전 7시부터 비밀리에 현장 방문한 구청직원에 의해 이날 공사 소음 기준치 초과를 적발해 특정 장비 사용 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구청 관계자는 “주민과 시공사 측의원만한 협의가 이뤄지도록 적극 중재하고 소음 등 공사 피해에 대해서는 철저히 단속해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병원 및 시공사 관계자는 “소음 피해 유발 장비 사용을 이미 중단했고 철수 준비 중”이라며 “오는 19일 주민간담회를 통해 주민 불편 사항에 대해 함께 해결하고자 적극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영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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