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신주기식 독촉… 아파트 ‘반상회비’ 입주민들 분통

일부 통·반장들 미납부 세대 공개 게시 
법적근거 없이 강요… ‘甲의 횡포’ 지적

경기지역 일부 아파트 통·반장들이 공공요금이라는 이유로 법적 근거도 없는 반상회비 납부를 강요, 입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더욱이 아파트 통·반장들이 반상회비를 내지 않은 세대를 공개적으로 게시하기까지 하면서 ‘갑의 횡포’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14일 성남 A아파트 입주민 등에 따르면 추석을 앞둔 지난 9월 아파트 게시판에 경비원 명절 위로금을 명목으로 세대마다 5천원씩 반상회비를 납부하라는 ‘반상회비 안내 공고’가 붙었다. 아파트 반장의 주도로 게시된 이 공고에는 납부 기한까지 명시됐다.

또 기한이 지나자 공고 하단에는 미납 세대의 호수가 적혀 주민들에게 모두 공개됐다. 아파트 주민 K씨(37·여)는 “다른 아파트는 없는데 우리 아파트는 관리비와 별도인 반상회비를 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더군다나 내지 않았다고 우리 집 호수를 적어놔 동 전체에 공개하는 것은 명예훼손 아니냐”고 분개했다.

 

군포 B아파트 주민들도 비슷한 시기에 명절 위로금 등의 이유로 세대마다 반상회비 1만원을 납부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이곳 역시 엘리베이터 안에 공고를 부착, 납부한 세대와 납부하지 않은 세대를 ‘O, X’로 표시해가며 납부 여부를 기록, 입주민들의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따라 미납 사실이 공개된 일부 세대는 이웃 주민의 따가운 눈초리가 신경쓰여 ‘울며 겨자먹기’로 반상회비를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주택법상 아파트 통·반장이 반상회비를 징수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고, 각 시·군마다 ‘(입주자 대표를 제외하고는)누구든지 아파트 경비를 위해 주민에게 금품을 징수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하고 있어 반상회비 납부를 강제할 수 없다. 그러나 반상회비 납부 요구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어 행정지도에 머무는 수준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오래된 아파트는 과거 반상회를 했던 시절 정한 반상회비를 아직까지 관례처럼 걷는 경우가 있지만 직접적인 처분을 내릴 수 없는 관련법이 없어 시 조례에 따라 공문을 보내 행정지도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반상회비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납 호수를 공개하는 것은 형법상 명예훼손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현복 변호사는 “반상회비 납부는 주로 아파트 통·반장에 의해 행해지는데 입주자대표 외에는 아파트 내에서 공공요금을 걷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반상회비를 내지 않았다고 호수를 전체 입주자 등에게 공표하는 행위는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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