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판교 환풍구사고 1년, 안전불감증 여전하다

안양의 한 아파트 환기시설에서 지난 12일 9살 초등학생이 10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플라스틱 재질의 채광시설은 아파트 단지 내 지하주차장의 환기를 위해 설치된 것으로, 낡은 시설에 대한 보수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참사가 발생했다. 아파트 단지 내 환기시설은 판교 환풍구 붕괴사고 이후 실시된 경기도의 안전점검 전수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던 것으로 알려져 사각지대 관리가 부실함을 보여줬다.

17일이면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사고가 일어난 지 1주년이다. 이때 사고로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 직후 경기도는 재발을 막기 위해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위험한 환기구 점검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20일부터 11월 14일까지 도와 시ㆍ군공무원, 소방서 직원,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826명의 점검반을 동원해 지하철 285개, 일반건물 1만2천901개 등 도내 환풍구 1만3천186개를 대상으로 긴급안전점검을 실시했다.

하지만 긴급안전점검 대상이 지하철과 쇼핑몰, 공동구역 등의 환기시설로 제한되면서 안양시 사고와 같이 아파트 단지 내에 설치된 환기기설에 대한 점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사실상 도내 모든 환기시설을 점검하지 못했던 것이고, 그런 사각지대에서 사고가 일어났다. 도는 안양 사고를 계기로 다음주부터 아파트 환기시설 등도 점검한다는 계획이지만 ‘사후약방문’식 대처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판교 환풍구 붕괴사고 1년이 되지만 지금도 곳곳에선 안전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 5일 열린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이언주 의원(광명을)은 “지난해 도가 위험시설물 안전점검을 통해 2천858개소에 대해 불량대상 시정 등의 조치를 했다. 그러나 291개소는 아직까지 시정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시정이 안된 시설 중엔 불량 환풍구가 85개나 된다. 안전표지판 및 차단시설 미흡, 덮개 지지물 고정 미흡 및 부식, 실외기 등 물건 적치, 차량통행 등 사고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경기도는 이들 시설물이 대부분 민간 시설로 강제 조치가 어려워 지속적으로 시정 요청만 하고 있다고 미온적으로 답했다. 민간시설물이라고 소극적으로 조치하거나 방관해선 안된다. 위험한 불량시설물을 계속 방치할 경우 제2의 환풍구 붕괴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아직도 지하철 주변뿐 아니라 상가 등 일반 건물의 경우, 환기구 주변에 안전 펜스나 위험을 알리는 표시가 없는 곳이 부지기수다. 환기구 덮개가 덜컹거리는 곳도 많다. 그 위를 시민들이 생각없이 지나다니고 있다. 아직도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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