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음주·소음으로 진동하는 가을산 정화 시급

설악산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한 단풍이 중부지역으로 확산일로다. 그만큼 산을 찾는 행락객들의 발걸음도 덩달아 부산해지고 있다. 주말이면 이른 아침부터 인근 야산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등산로 초입에 위치한 상점들도 덩달아 신이 난다. 등산객들이 몰려들면서 막걸리 등 주류와 간단한 안줏거리가 날개 돛친 듯 팔려나가기 때문이다.

단풍 절정기를 맞은 설악산을 중심으로 한 강원도내 산에는 주말이면 수천∼수만 명이 몰려 주요 등산로는 혼잡스런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등산을 하면서 나눠 마신 역겨운 술 냄새로 불쾌감을 주는 등산객들이 있는가 하면 아랫부분이 뾰족해 위험하기 짝이 없는 등산 스틱을 아무렇게 들고 다니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위협을 주는 경우도 있다. 쓰레기와 음식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주변을 어지럽히기도 한다.

산이 물들기 시작하는 수도권의 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산 곳곳에서 술판이 벌어지거나 삼삼오오 모여 앉아 고성으로 떠들고 주변이 떠나갈 정도로 음악을 틀어 놓고 따라부르기도 하는 등 추태가 도를 넘고 있다. 경기지역 유명산이 일부 몰지각한 행락객의 음주, 고성방가, 쓰레기 무단 투기 등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본보 보도에 의하면 지난 주말 수원시 장안구 광교산 백년수 약수터에서는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5명의 등산객이 막걸리 등을 펼쳐 놓고 한창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성남시 수정구 청계산. 이수봉으로 향하는 등산로 입구는 각종 산악회가 게시해놓은 전단으로 인해 풍광이 가려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등산로를 따라 정상으로 올라가는 동안 한 중년 남성이 휴대용 카세트 음량을 높이면서 소음 피해도 잇따랐다.

산에서의 몰지각한 행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 등산객들은 정해진 등산로를 이탈해 도토리 등 임산물을 채취하는 등 불법행위를 일삼는가 하면 나뭇가지를 꺾어 지팡이로 사용하기도 하며 산 아무데서나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버리는 행위도 비일비재 하다.

해마다 반복되는 이런 현상들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등산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혼잡한 등산로에서는 교행이 쉽도록 우측 한 줄 통행을 생활화하고 주변인들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자신이 사고를 당할 수 있는 과도한 음주는 자제해야 한다. 자치단체도 인력부족만 핑계대지 말고 산에서의 무질서 행위에 대해 계도활동을 강화해 산을 찾는 등산객들의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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