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산가족 상봉, 이벤트 아닌 정례화 필요하다

한반도 분단으로 헤어진 남북 이산가족들의 상봉행사가 어제 금강산에서 열렸다. 이산가족 남측 상봉 대상자 96가족, 389명은 60여년의 기다림 끝에 꿈에 그리던 북한의 가족들을 만났다. 얼굴을 감싸안고 보고 또보고, 그야말로 눈물바다였다. TV로 이를 지켜보는 이들도 함께 울었다.

북에 사는 의붓아들 리한식씨(80)를 만나러 나선 권오희 할머니(97)와, 북측 김남동씨(83)의 오빠 김남규 할아버지(96) 등 100세 가까운 고령자들도 행사에 참여했다. 일부 고령자는 건강 악화로 산소 마스크를 쓴 사람도 있고, 구급차로 이동한 사람도 있다. 죽기 전에 한번이라도 헤어진 가족을 만나고 싶은 맘이 너무도 간절한 이들이다.

1차 이산가족 상봉은 22일까지 2박3일간 모두 6차례에 걸쳐 12시간 만난다. 24∼26일 열리는 2차 상봉에서는 남측 방문단 255명이 북측 상봉단 188명을 만나게 된다. 이번 행사는 20번째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다. 북한의 지뢰ㆍ포격 도발로 긴장감이 팽팽했던 지난 8월 남북이 관계 개선을 위해 ‘8·25 합의’를 이뤄내면서 이산가족의 만남도 성사됐다.

이산가족의 만남이 남북한의 대치 국면을 끝내고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서는 이산가족 상봉이 정치적인 이벤트가 돼선 안된다.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은 이산가족의 아픔을 달래주는 인도주의적인 만남의 장이라기 보다 정치행사에 치우친 측면이 많았다. 1985년 첫 상봉을 시작한 이후 정치ㆍ군사적 행위의 부수물로 여겨졌는가 하면 흥정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북한은 상봉 약속을 해놓고도 못할지 모른다고 협박을 하거나, 실제 전격 취소하기도 했다.

더 이상 이산가족 상봉을 정치적 흥정 대상이나 이벤트로 삼아선 안된다. 헤어진 가족을 만나는 일은 정치ㆍ군사적 관계로 제약받을 일이 아니다. ‘동족(同族)’이라면서, 동족 가슴에 못박는 일을 하면 되겠는가. 이젠 남북 이산가족의 상봉을 정례화 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통해 만남을 가진 사람은 남북 총 4천491가족, 2만2천547명이다. 남한의 대기자는 지난해 말 현재 6만8천264명이다. 당초 신청 대기자는 12만9천612명이었지만 6만1천352명은 끝내 가족을 보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남측 이산가족 중 81.6%인 5만4천123명이 70세 이상의 고령자다. 90세 이상 최고령자만도 7천896명에 이른다. 상봉 규모와 횟수 확대가 시급한 이유다. 정례화 이전에 화상 상봉과 서신 교환, 생사 확인이라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중ㆍ장기적으로는 누구라도 원하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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